김치현 롯데건설 사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공사 중단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의 차질도 예상된다. 김 사장으로서는 승진하자마자 시련이다.


  김치현 사장 제2롯데월드 사고에 '가슴이 철렁'  
▲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16일 화재사고로 제2롯데월드 5월 임시개장 계획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용 승인권을 지닌 서울시가 건물 안전성과 인근 교통 상황을 검토해야 한다며 조기 개장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는 지상 555m, 최고 123층인 롯데월드타워 1개 동과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등 8~11층 상업용 건물 3개동(롯데월드몰)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메인빌딩인 롯데월드타워는 현재 62층까지 올라간 상태다.


롯데 측은 쇼핑몰동과 엔터테인먼트동이 다음달 완공되는 대로 서울시에 임시 사용 승인신청을 낼 계획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17일 "신청이 들어온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놓고 보수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17일 화재가 난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에 철골공사 중단명령을 내렸다. 서울시 측은 "화재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안전이 입증될 때까지 47층 이상 철골공사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47층 이하 공사는 계속 진행된다.


이에 앞서 16일 제2롯데월드 47층 철재로 만들어진 용접기 보관함 내부에서 불이 났고, 소방서의 출동으로 25분 만에 진압되는 사고가 났다. 인명피해는 없으며, 정확한 화재원인은 조사중이다.


이 사고는 김 사장이 롯데건설 사장으로 취임한지 불과 2주만에 일어났다. 김 사장은 화재가 나자 임직원 비상회의를 소집하며 후속조치 수립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제2롯데월드 건설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라는 중책을 맡고 임명됐다. 박창규 사장이 경질되고 김 사장이 승진한 것이다. 박 사장의 경질은 사실상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잡음에 대한 문책성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대구 계성고와 영남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부터 롯데호텔에서 일한 ‘정통 롯데맨’이다. 2011년 2월부터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맡으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핵심 참모로 불리고 있다. 특히 김 사장을 롯데건설 사장으로 보낸 것도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지난 4일 열린 취임식에서 “당면한 과제인 초고층 월드타워 성공적 완공 등을 위해 현장 중심 경영 및 윤리 경영을 실천해 줄 것”을 강력히 당부했다. 이런 주문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고가 났으니, 김 사장으로서는 큰 악재를 만난 셈이다.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 경제주간지 ‘슈칸다이아몬드’ 인터뷰에서 “서울에 세계 최고 높이의 제2롯데월드를 짓는 것이 여생의 꿈”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신 총괄회장은 올해 93세 고령이다. 신 총괄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을 언급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신 총괄회장의 제2롯데월드 착공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된 제2롯데월드는 번번이 좌절됐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11월 성남비행장의 활주로를 3도 가량 트는 조건으로 건축허가가 났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최대의 수혜 그룹으로 꼽힌다.


공사는 시작됐으나,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6월에는 공사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돼 사상자 6명이 발생했고, 10월에는 기둥 거푸집 해체 작업을 하던 중 쇠파이프가 11층 공사현장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길다던 1명이 다쳤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헬기 충돌사고 발생 후에는 롯데월드타워의 층수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 “제2 롯데월드의 층수조정 문제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위차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