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마무리하면서 우리은행의 남은 지분을 처분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한 한화생명, SGI서울보증 등 다른 금융회사의 지분매각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 한화생명과 SGI서울보증 지분 언제 매각할까  
▲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예금보험공사는 31일 우리은행의 과점주주로 참여한 IMM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잔금 1338억 원을 받아 우리은행 민영화 관련 지분 매각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는 “보유하고 있던 우리은행 지분 51.06% 가운데 29.7%를 과점주주 7명에게 매각을 마무리하면서 공적자금 투입 이후 16년 만에 우리은행 민영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2001년 한빛은행, 평화은행, 광주은행 등이 합쳐져 탄생했는데 당시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 12조8천억 원을 투입해 우리은행 지분 100%를 보유했다.

예금보험공사는 그동안 꾸준히 지분을 매각하며 원금을 회수했는데 이번 매각으로 회수금 2조4천억 원을 더해 모두 10조6천억 원을 회수하게 됐다. 회수율은 83.4%에 이른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의 남은 지분 21.4%도 매각을 계획하고 있는데 우리은행 주가가 상승흐름을 이어가는 만큼 잔여지분 처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주가는 31일 직전 거래일보다 0.38% 오른 1만3100원에 장을 마쳤다. 1년 전인 2016년 2월1일 종가보다 48.19% 올랐다.

주가 외에 기업가치, 주주 이해관계 등 여러 사항이 복합적으로 고려돼 지분 매각시점이 결정되지만 주가는 회수금의 규모와 직접 연결되는 만큼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업계는 예금보험공사가 남은 우리은행 지분을 주당 1만4천 원 중후반대에 매각하면 투입된 공적자금을 손해없이 회수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우리은행 지분은 언제나 조기매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남은 지분의 구체적인 매각계획은 아직 없지만 우리은행이 민영화에 성공한 만큼 시장이 우리은행을 우호적으로 볼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지분매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 외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금융회사의 지분매각은 우리은행 민영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는 2000년대 초반 여러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현재 금융회사 가운데 우리은행 외에 한화생명과 SGI서울보증의 지분을 각각 15.25%와 93.85%씩 보유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한화생명에 모두 3조55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금까지 2조1천억 원가량을 회수했다. 미회수 원금은 1조4500억 원가량으로 현재 주가에서 매각을 추진할 경우 5천억 원가량의 공적자금 손실을 보게 된다.

공적자금의 손해없이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한화생명 주가가 1만 원 이상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한화생명 주가는 현재 6천 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SGI서울보증에 공적자금 10조2500억 원을 투입해 지금까지 3조2천억 원가량을 회수했다. SGI서울보증은 비상장 회사인 만큼 지분매각에 한화생명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한화생명 지분은 최적의 시기에 적정한 가격으로 매각하기 위해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SGI서울보증의 경우 비상장 주식으로 유동성이 낮고 보증보험시장의 개방여부 등에 정책적 결정이 필요해 단기간에 지분을 매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지난해 1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화생명은 빠른 시일 안에 지분매각을 추진하겠지만 SGI서울보증은 정책적으로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매각을 당분간 유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