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각) 가디언은 비영리단체 '플러드라이트'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 국방부가 폭염, 홍수, 폭풍 등 기후변화로 강해지는 재난에도 불구하고 군 병력 보호를 위한 기후 대응은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기후변화로 강해지는 재난이 군 병력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 보고 이와 관련한 대응을 점진적으로 강화해온 바 있다. 하지만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와 같은 기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피트 헤그세스 국장부 장관은 이전에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는 헛소리"라며 "여기에 낭비할 예산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실제로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2026년도 예산 요청서를 보면 기존에 16억 달러(약 2조2844억 원)가 편성된 기후 관련 예산을 '낭비적인 지출'로 규정하고 이를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플러드라이트는 미 국방부가 기후변화에 가진 시선을 심층 취재하기 위해 공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가디언은 미 국방부 방침과 별개로 기후변화는 이미 미군에 실질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전했다.
비영리단체 '기후안보센터'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미군은 230건이 넘는 '기후 비상사태'에 투입됐다. 또 기온상승으로 인한 미군 온열질환자 발생율도 2020~2024년 동안 약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은 섭씨 32도가 넘는 날씨가 발생한 날을 '블랙 플래그'로 지정하고 병력에 외부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023년 미 국방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블랙 플래그 발생일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캐롤라인 벡스터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같은 기온상승이 계속 이어지면 미군은 지나치게 더워진 기지에서는 여름 훈련을 중단하고 그 훈련시설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게 될 수도 있다"며 "이같은 작업에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워진 날씨는 병력만이 아니라 항공기나 함선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후안보센터에 따르면 공기가 덥고 습해질수록 항공기는 비행에 필요한 양력을 확보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함선도 냉각수를 해수에서 얻는데 최근 해양 폭염으로 바다가 계속 따뜻해지고 있어 효율이 떨어지면서 작전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러셀 오노레 미 육군 예비역 중장은 가디언을 통해 "지구온난화가 전략적 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도록 정책을 변경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더위는 실제로 지구의 안정과 안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는 우리의 일상적 훈련과 작전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