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사상 초유의 정부 전산망 마비를 초래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가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소방당국이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노후화로 인한 결함과 교체 작업 과정에서 작업자 실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다가올 정부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 2차 사업자 선정에서 배터리 안정성이 중요한 평가 요인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정자원 화재'로 리튬 배터리 안전성 또 '도마', 1조 ESS배터리 2차 입찰 LFP로 기우나

▲ 26일 발생한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 수조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


29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정부의 ESS 프로젝트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내세운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2차 사업자 선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작업자들이 5층 전산실에 있는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정확한 발화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배터리 자체 결함 또는 작업자의 안전 절차 미준수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 불이 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이 2012~2013년 사이 생산한 배터리셀에 LG CNS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장착한 뒤, UPS 배터리 형태로 제작한 것이다. 관리원에는 2014년 8월 납품됐다.

해당 배터리의 권장 사용 연한은 10년으로, 2014년 설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재 발생 시점은 사용 연한이 1년 가량 지난 시기다. 다만 지난 6월 진행된 정기 점검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배터리 이동 작업 과정에서 과실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UPS 배터리는 직류 전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장치에서 분리할 때 전원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전원이 연결된 상태에서 분리할 경우 순간적으로 전압이 높아져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는 작업자들이 UPS 이전을 위해 전선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전원을 차단하지 않아 생긴 전기 단락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번 화재 사고로 2차전지 안전성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달 실시할 1조 원 규모의 제2차 ESS용 배터리 중앙계약시장 입찰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자원 화재'로 리튬 배터리 안전성 또 '도마', 1조 ESS배터리 2차 입찰 LFP로 기우나

▲ 경남 밀양시 부북변전소에 설치된 336MW 규모의 에너지저장정치(ESS) 모습. <한국전력>


정부는 지난 7월 역시 1조원 규모의 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마무리했고, 10월 중으로 2차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2차 입찰은 1차 때와 같은 총 540MW(메가와트), 1조 원 규모다. 정부는 오는 연말쯤 2차 사업자를 선정하고, 2027년 12월까지 납품받을 예정이다. 

지난 1차 입찰 평가 점수는 가격지표 60점, 비가격지표 40점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2차 입찰은 가격지표 50점, 비가격지표 50점으로 변경된다.

비가격지표에는 안전성, 국내 산업 기여도 등이 포함된다.

1차 입찰에서 삼성SDI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삼원계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들고 입찰에 참여했고, 국내 산업 기여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전체 ESS 사업지 8곳 가운데 6곳을 수주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배터리를 내세운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측을 깬 ‘이변’이었다.

다만 이번 화재로 배터리 안전성이 부각되면서 2차 입찰에서는 LFP 배터리를 내세울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입찰 승산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효율은 떨어지지만, 안전성 면에서 월등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열 폭주 온도가 높고, 발화와 폭발 위험이 낮은 편이어서 화재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2차 ESS 배터리 입찰 참여를 위해 충북 오창 공장에서 LFP 배터리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삼원계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LFP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SK온은 충남 서산 공장에서 LFP 배터리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생산을 통해 국내 산업 기여도 점수를 끌어올리고, 안전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 2차 입찰에서 낙찰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SK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 LFP배터리 양산 시점을 밝힐 수는 없다”며 “서산 공장에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위한 기초 인프라 작업은 끝냈고, 후속 입찰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SDI는 2차 입찰에서도 삼원계 배터리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