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넥슨게임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AI로 넘는다, 박용현 '빅 게임' 개발 추진의 바탕](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8/20250801162254_100837.jpg)
▲ 박용현 넥슨코리아 개발 부사장 겸 넥슨게임즈 대표가 6월24일 경기 성남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콘퍼런스2025(NDC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 겸 넥슨코리아 부사장이 올해 7월 열린 NDC 2025 기조연설에서 한 이야기다.
박 대표가 말한 ‘빅 게임’은 기존의 ‘대작’ 게임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박 대표는 빅 게임을 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규모와 퀄리티를 갖춘 게임, 기존의 경쟁자들과 정면 승부를 벌일 수 있는 수준의 타이틀”이라고 설명했다.
방대한 서사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고퀄리티의 게임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박 대표의 전략적 전환은 국내 게임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에서 출발했다.
국내 8대 게임사의 2023년 1~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는 1조5천억 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게임사 대비 ‘개발 효율성’ 역시 점점 약화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게임이 ‘대박’을 내는 경우가 드물어지고 10년 이상 된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때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던 모바일 게임 역시 진입 장벽이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틱톡이나 유튜브 같은 비게임 앱들의 매출이 게임을 앞지르고 있다.
◆ 하이리스크의 늪, ‘예측의 어려움’이 만든 콘텐츠산업의 딜레마
문제는 박 대표가 말하는 ‘빅 게임’은 기획부터 론칭까지 수년 동안의 개발 기간과 수백억 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는 고위험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회사 전체의 재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박 대표 역시 “AAA급 게임들의 개발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흥행 실패가 곧 기업 리스크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딜레마는 단순히 게임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창작 기반 콘텐츠업계 전반이 오랫동안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난제이기도 하다.
콘텐츠산업의 성공 여부는 직감, 경험, 혹은 리더의 ‘선구안’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어느 정도 제품의 흥행 여부를 점칠 수 있는 제조업과 달리 전적으로 소비자의 심리와 기호에만 의존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 감이 아닌 근거로, AI가 바꾸는 게임 기획의 본질
넥슨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인공지능(AI)을 통해 정량화하고 예측 가능한 모델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넥슨 인텔리전스랩스가 자체 개발한 ‘AI 흥행 예측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스팀 플랫폼에서 출시된 1만8천여 건의 게임 데이터를 분석하며, 장르, 아트스타일, 유저 평점, 게임 메커닉 등 700~800개 항목을 기반으로 성공 확률을 시뮬레이션한다.
가장 주목할 점은 이 AI가 단순히 사후 평가가 아니라, 게임 기획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도전적 아이디어라도 정량적 근거가 뒷받침되면 채택될 수 있고, 반대로 불명확한 아이디어는 사전에 리스크를 진단받게 된다.
오진욱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팀장은 이 시스템과 관련해 “AI는 설명 가능한 예측과 백테스트 중심 피드백을 통해 ‘감’이 아닌 ‘근거’ 기반의 기획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 콘텐츠 산업의 판을 흔드는 ‘AI 기반 기획’의 가능성
AI의 영향력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콘텐츠 산업의 기획 및 투자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아마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은 이미 AI를 통해 소비자 추천, 수요 예측, 콘텐츠 기획에 활용하고 있다. 넥슨은 게임업계에서도 충분히 AI를 활용해 유저의 기호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가 백년 넘게 해결되지 않았던 콘텐츠산업의 최대 난제, “흥행을 예측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새로운 해답을 제시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VC(벤처캐피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게임 벤처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데 그 이유는 성공 가능성 예측이 극도로 어렵기 때문”이라며 “만약 AI를 통해 어느정도 흥행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콘텐츠산업이 자본과 인력을 대규모로 투입하고 결과를 하늘에 맡긴 채 기다리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아이디어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별적 창작’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AI는 콘텐츠산업에 빠른 의사결정, 적은 리스크, 기획의 객관화라는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