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 지원의 핵심을 '기술개발 지원'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전략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 씨저널>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취임사의 한 대목이다.
글로벌 경기와 정세의 불확실성과 고환율, 높아진 자금 조달 부담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중소기업은 생존과 성장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술 경쟁력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 IT, 인공지능(AI) 등 기술집약산업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계는 정부와 금융권의 유기적 기반을 기반으로 기술 투자 확대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이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술집약산업뿐 아니라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도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한 구조적 전환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의 기술 중심 중소기업 지원 전략
김성태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중소기업의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기술 우수 기업의 발굴과 육성을 위한 현장 중심의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 IT 등 첨단 제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소통을 강화하고 있으며,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은 물론 벤처 대출, 경영 컨설팅 등 비금융 서비스도 함께 확대하고 있다.
김 행장은 2024년 5월 반도체 검사 장비를 개발·생산하는 중소기업 하이콘을 방문해 기술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김 행장은 이 자리에서 “국가전략산업이자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 밸류체인에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며 “시설투자, 연구개발자금 지원 외에도 인수합병 중개, 벤처대출, 경영컨설팅 등 전반적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창업육성플랫폼 ‘IBK창공’과 자회사 IBK벤처투자를 통해 첨단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 이재명 정부의 기술·혁신 공약과 시너지
김성태 행장의 행보는 이재명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연구개발(R&D) 예산 확대와 혁신 생태계 조성을 통한 기술 경쟁력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을 통해 딥테크(선행기술), 핀테크(금융기술) 등 혁신분야의 유니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생산성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21대 이재명 정부 출범, 한국 경제의 기회와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새 정부는 중소·벤처 기업의 인공지능(AI) 제조 혁신과 빅테크 육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뿌리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및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서울=연합뉴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3월12일 경기 성남시 성남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소기업 CEO와 함께하는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IBK기업은행 >
중소기업계는 정부와 IBK기업은행의 지원 정책에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63%의 기업이 이재명 정부의 공약 실천을 기대하며, 미래 선도 산업 육성과 전통 제조업의 기술 혁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기술 투자 성과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책 설계와 실행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납품대금 연동제, 근로자 복지 확대, 청년미래적금 및 교통비 지원 등 복합적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 중심 정책은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자본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기술 중심 성장을 위해 정부와 금융권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IBK기업은행과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된다면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내 산업 생태계의 혁신이라는 목표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며 “다만 현재 이재명 정부의 AI 100조 계획 등의 실현 과정에서 기술 투자가 대기업에 집중될 수 있는 만큼 중소·지방 기업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정부 발 맞춰나갔던 역대 IBK 은행장들
IBK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역대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중소기업 정책을 적극 수행해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기업은행은 ‘녹색 성장’을 내세우며 친환경 금융상품 개발에 주력했다.
조준희 당시 기업은행장은 ‘그린카드’ 출시 등을 통해 친환경 금융 서비스를 확장했으며 중소기업 금융지원, 투자은행(IB) 육성도 병행했다.
박근혜 정부는 기술금융과 핀테크 활성화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내부승진자 출신이었던 권선주, 김도진 행장 모두 정책 수행력과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벤처금융팀 신설, 기술금융 상품 확대 등으로 정책에 호응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혁신금융’과 창업·벤처기업 지원이 주요 기업금융 아젠다로 부상했다.
윤종원 행장은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으로, 정부와의 정책 연계 측면에서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았다. 임명 당시에는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퇴임할 때는 노조위원장에게 “윤 행장은 IBK의 가장 큰 어른이었다”는 인사를 받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기업은행은 영화 ‘극한직업’ 투자 등 문화 콘텐츠 분야까지 지원 영역을 넓히며, 창업 및 중소기업 활성화 정책에 적극 동참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