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통령실 앞에 모인 농축산단체 "농축산물 비관세 장벽 허물면 투쟁"

▲ 한국농축산연합회,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민의길이 18일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미 무역 협상을 앞두고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과 소고기 수입 조건 완화 가능성이 언급되자 전국 농업인과 축산인들이 대통령실 앞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만일 반도체, 자동차 등 산업을 위해 농업과 축산업 분야 피해를 감수하려 한다면 추가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민의길 등 농축산업 단체들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자, 소비자에게 민감한 농축산물의 희생을 당연시하며 전략적 판단을 하려는 산업통상자원부 입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농축산 단체들이 정부에 경고성 행동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이 자리잡고 있다.

여 본부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나라와 (무역) 협상을 하건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은 적은 없었고 그러면서 우리의 산업경쟁력은 강화됐다”며 “농산물 부문도 지금은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축산 단체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농업인의 처절한 몸부림이 마치 통상 협상의 장애물인 양 여론몰이 중인 통상 당국의 태도는 누굴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맞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월1일부터 우리나라에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미국 측은 우리나라에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의 주요 내용으로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쌀 구매 확대 △유전자변형(LMO) 감자 수입 허용 △사과 등 과일 검역 완화 등이 거론된다.

농축산 단체는 농업과 축산업이 다른 산업을 위한 ‘희생양’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민경찬 전국한우협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육류협회는 한국 30개월령은 제한이 풀리면 현재 1억 1천 달러 규모의 수출이 1억 7500만 달러로 59%나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축산업이 통상 전략 총알받이가 되어야 하냐”고 말했다.

조희성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도 “2014년 이후 쌀을 관세화했지만 쌀 생산 농업인의 실직 소득은 계속 줄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다른 산업의 이익을 위해 우리 농축산업이 총대를 맬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축단 단체는 이날 대통령실을 대표해 기자회견장을 방문한 김영식 대통령실 농림축산비사관에게 요구사항을 담은 건의문을 제출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