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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와 우병우의 윤리적 불감증, 끓는 물 속 개구리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7-01-03 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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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화와 우병우의 윤리적 불감증, 끓는 물 속 개구리  
▲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뉴시스>

‘끓는 물 속 개구리(Boiled Frog).’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에 무심한 사람이나 현상을 가리킬 때 자주 인용되는 비유다.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팔짝 튀어나오지만 차가운 물에 넣고 천천히 온도를 높이면 결국 끓는 물에서 죽게 된다는 얘기다.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가 3일 구속됐다. 박영수 특검에서 두번째다.

류 교수는 이인화란 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평론이나 저술 등 활동에는 본명인 류철균을, 소설가로서는 염상섭의 소설 ‘만세전’에서 따왔다는 이인화(二人化)란 필명을 써왔다.

소설가로서나 교수로서나 남부럽지 않은 명성을 쌓아왔는데 죄수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위해 조교를 시켜 대리답안까지 작성하게 하는 등 부당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류 교수는 박근혜 게이트 관련된 인물들이 대부분 그러했듯 ‘정유라가 누구 딸인지 모른다’는 등 의혹을 부인하다 긴급체포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결국 사실을 시인했다.

교수로서 특권층 자녀에게 혜택을 베푼 것, 오리발로 혐의사실을 부인한 것보다 더 충격적이고 문제적으로 보이는 것은 그가 지닌 윤리의식이다.

류 교수는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범죄혐의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최씨 모녀를 만났고 학점을 준 것은 교수 개인의 권한인 만큼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법적 자의식만 있을 뿐 윤리적 자의식은 그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서 류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간단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는 1966년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이 경북 안동 '영남 남인'에 뿌리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역시 교수였고 돈만 생기면 책만 사들이는 집에서 자란 아이답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항상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발에 채이는 책을 닥치는대로 읽고 자란 탓인지 문학에 일찌감치 심취해 고등학교 시절엔 문학회 회장으로도 지역에서 나름 명성이 자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서울대 국문과에 진학했다.

대학시절에도 이런저런 공모에 응했으나 실패를 맛봤고 본격적으로 문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2년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가 제1회 작가세계 문학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1980년대 노동자나 농민, 소시민 등을 다룬 이른바 ‘참여문학’은 물론 그에 대항하는 순수문학 계열 작품들과도 결을 달리하는 소설이었다. 마침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이 대세를 이루면서 이 작품 역시 기존 문학과 다른 신세대적 감각을 갖춘 것으로 문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소설가로서 이인화를 대중적으로 알린 두번째 소설이 이듬해 출간한 역사장편 추리소설 ‘영원한 제국’이다. 정조의 독살설을 소재로 추리기법을 채용해 폭발적 반응을 얻어 100만 부 이상 팔려나가며 1990년대 대표적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대학을 갓 졸업한 지 2년, 불과 20대에 이룬 성취다. 그 뒤에도 탄탄대로가 이어진 것은 물론이다. 소설가 이인화의 명성에 힘입어 1995년 박사학위도 없이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로 전격 임용됐으니 말이다.

이상문학상 수상 등 그 뒤의 화려한 이력을 여기서 더 늘어놓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대학교수가 된지 20년, 보수적인 경북 양반가 출신 탓인지 아니면 학자로서나 지식인으로서 소신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동안에도 글이나 말을 통해 보여준 그의 역사적 인식이나 세계관은 보수우익 세력들의 지지를 얻기에 충분한 것들이 많았다.
 
3부작 대하소설 ‘인간의 길’은 대놓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생각은 자유니 이러쿵저러쿵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교수로서 류철균의 몰락은 이미 이인화의 소설 속에서 뿌리를 키우고 있었다는 점만큼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절대권력에 대한 향수나 의지를 엿보게 하기 때문이다.  

  이인화와 우병우의 윤리적 불감증, 끓는 물 속 개구리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의 입은 류 교수의 모습은 역시 박근혜 게이트 관련 의혹의 핵심인물 중 한 사람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공통점이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이 1967년 생이니 류 교수보다 서울대 한 학번 아래일 것으로 짐작된다. 두 사람 다 대학시절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의 세례를 받았을 터다.

둘 다 천재 혹은 수재 소리를 어린시절부터 들었고 각각의 분야에서 젊은 나이에 너무 많은 것을 이룬 엘리트였다는 공통점도 있는 듯하다. 한 사람은 법조와 관료계로, 또 한 사람은 문단과 학계로 길만 달리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탄핵정국이 본격화하면서 정치인들이 했던 숱한 말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였다. 대체로 윤리는 법을 넘어선다. 평범한 국민 대다수는 정의롭거나 그렇지 못한 것, 선하거나 악한 것, 옳거나 그른 것 등 '너무도 먼' 법보다 '가깝고도 상식적인' 윤리를 내면화해 살아간다.

당연한 얘기같지만 이런 상식에 입각한 윤리적 감각을 지니지 못한 이들이 우리사회 소위 지도자나 권력층에 너무도 많았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는 요즘이다. 바로 류 교수나 우 전 수석이 그렇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과 권력, 명성을 모두 거머쥐고 어쩌면 몸담고 있는 물이 서서히 끓고 있는지 모른 채 윤리적 불감증에 빠져있던 이들 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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