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두나무 이사회 송치형 이석우 정민석 임지훈 '사내이사'만, 업비트 회원 1천만 명 보호장치 부족하다

▲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두나무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2025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며 두나무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에 재지정했다.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2023년 상출집단에서 빠졌었던 두나무가 다시 복귀한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기업 정도로 인식되던 두나무가 다시 한 번 명실상부 ‘상위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두나무가 대기업 지위에 걸맞은 지배구조 투명성이나 사회적 책임 수준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굳이 ‘대기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두나무에는 다른 비상장기업과 차별화되는 책임경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때문이다.

업비트는 회원 수가 1천만 명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랫폼이다. 단순 계산으로 국민 5명 중 1명은 업비트를 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시중은행들의 모바일 앱 이용자 수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모바일 은행앱 이용자 수는 신한은행 608만 명, 하나은행 642만 명, 우리은행 844만 명 등이다. 제도권 은행의 모바일 앱 가운데 KB국민은행 정도만이 업비트보다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이용자 수만 많은 것도 아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13일 오후 13시 기준 업비트의 24시간 거래규모는 45억4752만 달러(약 6조4533억 원)다.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한참 뜨겁던 지난해 말에는 24시간 거래 규모가 20조 원에 육박하는 날도 있었다. 

이 정도 규모의 ‘국민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사회적 책무와 지배구조 투명성에 있어 ‘비상장사’라는 명분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송치형 두나무 이사회 의장이 더 이상 지배구조 개선을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 

◆ 사외이사 ‘0명’, 독립성 실종된 이사회

현재 두나무 이사회는 송치형 의장을 비롯해 이석우 대표, 정민석 최고운영책임자(COO), 임지훈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총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사 전원이 ‘사내이사’라는 점이다. 사업보고서의 이사회 항목에는 사외이사 도입 기준도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2022년 이후 사외이사를 단 한 명도 두고 있지 않다. 

이사회 구조가 사실상 오너와 CEO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단 한 차례 있었던 사외이사 역시 이사회의 독립성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두나무의 사외이사를 맡았던 이성호 전 이사는 카카오 재무기획실장을 지낸 인물로, 2024년까지 카카오 CFO를 맡기도 했다. 카카오가 두나무 지분 10.88%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살피면 이성호 전 이사를 ‘독립적 감시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성호 전 이사가 물러난 2022년 이후 정민석 COO, 임지훈 CSO가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현재까지 동일한 이사진이 유지돼왔다. 두나무의 이사회가 ‘견제 장치’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비상장이니까”는 더 이상 면책 사유가 아니다

‘비상장사’라는 것은 두나무의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항상 따라나오는 방패다. 하지만 두나무가 국민 다수가 이용하고 막대한 자금이 통과하는 금융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라는 점을 살피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핑계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두나무의 고객 예치금 규모는 무려 8조4804억5천만 원으로 국민 경제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상장 여부를 떠나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경영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두나무는 비상장사이긴 하지만 소위 ‘개인 회사’라고 보기는 어려운 곳이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두나무의 소액주주 수는 1만52명으로, 전체 지분의 23.71%를 소액주주들이 들고 있다. 

두나무가 경영 문제로 위기를 겪는다면 피해는 1대주주인 송치형 의장이나 2대주주인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 뿐 아니라 소액주주들, 그리고 1천만 명이 넘는 업비트의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두나무가 ‘공적 책임’을 도외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공명재 국가미래연원 부원장은 국가미래연구원 뉴스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두나무는 ESG 중 지배구조 측면에서 15개 핵심지표 가운데 단 2개만을 충족하고 있다”며 “거버넌스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씨저널] 두나무 이사회 송치형 이석우 정민석 임지훈 '사내이사'만, 업비트 회원 1천만 명 보호장치 부족하다

송치형 두나무 이사회 의장이 2024년 11월14일 열린 업비트D컨퍼런스(UDC)2024에서 발언하고 있다. < UDC2024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 ESG를 말하면서도 G(지배구조)는 외면하는 송치형

송치형 의장은 두나무의 공동창업자이자 최대주주다. 한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23년 책임경영 강화를 명분으로 다시 복귀했다. 

그는 두나무 경영에 복귀하면서 두나무의 ESG경영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송 의장은 ESG경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환경과 사회적 책임(E·S) 영역에서는 여러 활동들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G(거버넌스) 항목에서는 이렇다 할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상장이니까’라는 이유만으로 국민 자산이 오가는 플랫폼의 통제 장치를 느슨하게 둘 수는 없다. 송치형 의장이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분명한 답을 내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실제로 국민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만 오랫동안 제도권 밖에 머물고 있다”라며 “법적 규제가 아직 미비하더라도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