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CC가 사업부문별 고른 수익성과 공급처 다변화로 안정적 영업실적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몽진 KCC 회장은 주택건설 경기 불황에 따른 건자재 부문 수익 감소를 업황이 좋은 선박에 사용되는 도료와 판매처가 다변화된 실리콘 부문을 통해 극복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KCC 건자재 부진해도 도료와 실리콘 있다, 정몽진 '3각 편대'로 불황 극복

정몽진 KCC 회장이 건자재 도료 실리콘 3각 편대로 불황을 이겨내고 있다. < KCC >


1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KCC는 각 주요 사업부문에서 각각 우수한 시장경쟁력을 바탕으로 양호한 이익창출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KCC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4711억 원을 거뒀다. 2023년 영업이익 3125억 원보다는 50.75% 늘어나면서 2022년 영업이익 4677억 원 수준을 회복했다. 

영업이익률도 2022년 6.9%에서 2023년 5.0%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7.1%로 상승했다.

KCC는 지난해 도료 부문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좋아지면서 기존 영업이익 선두였던 건자재 부문을 제쳤다. 실리콘 부문도 지난해 영업흑자로 전환하며 수익성에 보탬이 됐다. 

KCC의 지난해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은 도료 2173억 원, 건자재 1737억 원, 실리콘 730억 원, 기타에서는 영업손실 129억 원을 거뒀다. 

2023년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을 보면 건자재 1933억 원, 도료 1759억 원, 기타 39억 원, 실리콘에서는 영업손실 833억 원을 기록했다. 각 주요 사업부문별로 수익성이 고르게 상향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도료 부문은 전방산업인 완성차 및 조선 산업의 안정적 수요, 중국 법인의 컨테이너도료 매출 확대에 힘입어 KCC의 이익 성장을 이끌고 있다.

도료부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263억 원에서 2022년 604억 원, 2023년 1759억 원, 2024년 2173억 원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3년 전보다 8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실리콘 부문은 2023년에는 원재료 실리콘메탈 가격 급등,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전방수요 위축 및 실리콘 기초제품군 최대생산지인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공급과잉 등으로 손실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원재료인 실리콘메탈 가격이 하락했고 수익이 낮은 기초제품군 사업 축소 및 첨가제를 비롯한 고수익제품군 매출 비중 확대 등에 힘입어 다시 영업흑자로 전환했다.

KCC는 2019년 실리콘 전문 글로벌 기업 모멘티브를 인수한 이후 건자재에 치우쳤던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정몽진 회장이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세운 전략과 관련이 깊다. 

정 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KCC의 미래는 기술력에 달려 있다"며 "모멘티브 인수합병이 끝나면 KCC는 기존 건자재 중심 업체에서 세계에 연구, 생산, 판매 네트워크를 둔 글로벌 초정밀화학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에는 "소재와 실리콘은 미래 시장에서 캐시카우가 될 핵심사업"이라며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로 관련 기술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의 어떤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KCC의 지난해 연결기준 사업부문별 매출액 비중은 실리콘 45.0%(매출 2조9953억 원), 건자재 16.5%(1조971억 원), 도료 29.1%(1조9358억 원), 기타 9.5%(6306억 원)로 집계됐다.

2020년 KCC의 포트폴리오가 실리콘 52%(매출 2조6956억 원), 건자재 16%(8103억 원), 도료 24%(1조2321억 원), 기타 6.8%(3456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각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이 고르게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건자재 부문은 지난해 전방산업인 국내 건설시장이 불황을 맞은 영향을 받아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부문별 실적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건자재는 지속적으로 부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KCC 관계자는 1분기 실적에 대해 “건축경기 침체로 건자재 부문은 어려웠지만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지난해와 유사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KCC는 전방산업의 경기가 안정적인 실리콘과 도료 부문이 국내 주택건설시장의 불황으로 다소 실적이 줄어든 건자재 부문을 만회하는 수익 구조가 올해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KCC 건자재 부진해도 도료와 실리콘 있다, 정몽진 '3각 편대'로 불황 극복

▲ 신용평가업계는 KCC가 사업 다각화를 통해 건자재 부문의 실적 부진을 도료 및 실리콘 부문이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양다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안정적인 실리콘메탈 가격 등 양호한 영업환경 하에서 실리콘 부문의 수익성 개선세 및 도료 부문의 우수한 이익창출력 등이 건자재 부문의 수익성 저하세를 보완하며 양호한 연결 영업이익률을 이어 나갈 것"이고 바라봤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도 "건자재 부문은 국내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며 "도료 부문은 선박·자동차 산업향 고마진 스페셜티 제품 수요를 토대로 영업실적이 우수할 것이며 실리콘 부문은 원재료 공급처 다변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판매 전략 등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CC는 사업부문별 이익 비중이 고루 분포됐을 뿐 아니라 각 영역별로 우수한 시장지위 및 사업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강점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CC는 지난해 국내에서 건자재 58%, PVC창호 37%, 도료 3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각 사업부문 내에서 업계 최상위권의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HD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형 고정 거래처를 확보해 사업경쟁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리콘 부문은 모멘티브를 통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15%, 국내 시장점유율 20%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모멘티브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20여개국, 40여개 지사 보유해 전세계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전방산업 역시 소비재, 산업재, 자동차, 건설, 화장품 등으로 다변화돼 실적변동성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KCC는 글로벌 실리콘 경쟁사가 사업 철수 계획을 내놓으면서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점체제인 글로벌 실리콘시장에서 KCC와 함께 5대 기업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엘켐은 1월 말 실리콘사업에 관한 전략적 검토(Strategic Review)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엘켐이 중국의 공급과잉 등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엘켐은 실적 둔화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실리콘부문의 전략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매각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경쟁사의 구조조정이 현실화한다면 KCC 실리콘부문의 반사수혜도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도료 역시 전방산업 가운데 하나인 조선업에서 친환경선박 발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KCC의 수익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의 2030년 탄소배출 제로 정책을 감안하면 선박의 에너지 소비량 중 5~10%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선박 발주를 보다 가속화해야 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LR의 제임스 프루(James Frew) 자문이사는 "탈탄소화를 향한 전환이 진행됨에 따라 다음 단계에서는 업계 목표, 규제 조치, 그리고 무엇보다 대체연료 운송에 필요한 글로벌 생산 능력을 빠르게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 간의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정 회장이 실리콘 부문에 더욱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일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정 회장이 지난해 실리콘 부문을 캐시카우로 꼽았는데 올해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을 하겠다고 발표한 점이 근거로 꼽힌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영업현장이 매우 중요하며 고객과 시장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집중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며 “모든 조직이 현금 흐름 중심의 내실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초격차 기술을 통해 어떤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압도적 경쟁력과 성장 동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햇다.

KCC관계자는 “KCC는 실리콘, 도료, 건자재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의 균형 있는 성장으로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구축해 건축경기 침체와 같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안정적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실리콘 등을 비롯해 균형잡힌 사업 구조 전략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