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LG화학의 체질 개선을 위한 발걸음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선택과 집중’이 본격화하면서 현금 확보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LG화학 '선택과 집중' 본격화, 신학철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소재 강화 집중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에 집중하고 있다.


29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워터솔루션 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LG화학은 워터솔루션 부문을 통해 해수담수화, 산업용 폐수 정화 등에 쓰이는 역삼투막(RO) 멤브레인 필터를 제조한다.

LG화학은 2014년에 미국 나노에이치투오를 인수하며 수처리 필터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미국의 듀폰, 일본의 도레이첨단소재 및 니토덴코 등과 함께 세계 수처리 필터 시장에서 주요 기업으로 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LG화학의 워터솔루션 부문 실적은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2500억 원, 매출총이익 900억 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650억 원 정도다.

LG화학이 워터솔루션 부문을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시켰음에도 비주력사업으로 보고 과감하게 정리하기로 결정한 것은 구광모 회장의 결단에 따른 움직임으로 읽힌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3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러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진입장벽 구축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자본의 투입과 실행의 우선순위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을 비롯해 LG전자 등까지 세계 산업 흐름의 변화에서 고전을 겪으면서 그룹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의 의지를 보인 셈이다.

구 회장은 “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강한 위기의식을 내보이기도 했다.

LG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던 LG화학은 지난해에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에서 136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 1분기에도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900억 원가량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 부회장으로서는 LG화학의 주력사업으로 선택과 집중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석유화학 산업의 특성과 LG화학의 기업 규모 등을 고려히면 구조조정과 기술개발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LG화학이 근래 들어 배터리 분리막 사업 신규 투자의 원점 재검토 및 인력 재배치를 진행하고 에스테틱 사업부, 여천NCC 공장 등 매각을 추진 중인 것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목적으로 투자 여력을 마련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LG화학 '선택과 집중' 본격화, 신학철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소재 강화 집중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 부회장은 워터솔루션 사업을 매각하면 1조 원을 웃도는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확보된 자금은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고기능성 및 바이오 플라스틱과 같은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양극재 공장에는 2조 원을 투자하는 등 신성장 동력으로 꼽은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신 부회장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과 대대적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에도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와 협의 단계를 거쳐 구체적 계획이 나올 때를 대비해서라도 투자 여력의 확보는 신 부회장에게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신 부회장은 올해 3월 인터배터리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도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