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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인뱅이 온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우리보다 17년 빠른 일본이 주는 교훈, 차별화가 생명"](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15134158_164428.jpg)
▲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8일 서울 중구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발표한 분석보고서 제목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17년가량 앞선 2000년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했다. 현재 10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하고 있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시장은 지난 25년 동안 어떻게 발전해왔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8일 서울 중구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본은 인구구조와 경제발전 측면에서 우리와 유사한 면이 많이 있어 시사점이 적지 않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시장을 연구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은행산업은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한 기둥으로 인구구조와 경제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는 인구구조 측면과 고도성장을 하다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경제발전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는 만큼 일본 사례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2000년 재팬넷뱅크(현재 페이페이뱅크)를 시작으로 2001년 소니은행과 라쿠텐은행, 세븐은행, 2007년 SBI주신네트은행과 이온은행, 2008년 지분은행, 2011년 다이와넥스트은행, 2018년 GMO아오조라네트은행과 로손은행 등 약 2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늘었다.
주목할 점은 일본 역시 코로나19를 겪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자산이 빠르게 성장했다는 것이다.
2023년 3월 말 기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10곳의 총자산은 42조2천억 엔으로 전체 일본 은행의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4%에 이른다. 2012년 3월 1.05%에서 11년 동안 약 3배가량 성장한 것인데 특히 코로나19 기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자산은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3월에서 2022년 3월 사이 2년 동안 43% 가량 증가했다. 일본 역시 코로나19 기간 중 비대면 거래가 큰 폭으로 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바탕이 마련된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기술이라는 것은 시기와 때가 어느 정도 맞아야 빠르게 소비자한테 수용되고 수익 모델로 자리 잡는 경향이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술이 중요한 영역으로 먼저 출범했다고 경쟁력을 지니는 사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제4인뱅이 온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우리보다 17년 빠른 일본이 주는 교훈, 차별화가 생명"](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15134919_43316.jpg)
▲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자산은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프는 일본 은행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 추이 <한국금융연구원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과 시사점’ 보고서>
이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10개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세븐은행(Seven Bank)’과 ‘소니은행(Sony Bank)’ ‘라쿠텐은행(Rakuten Bank)’ ‘GMO아오조라네트은행(GMO Aozora Net Bank)’ 등 4곳을 짚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을 설명했다.
세븐은행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편의점사업을 하는 세븐일레븐이 대주주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꼽혔다.
세븐은행은 일본 국내에서도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바탕으로 소매사업에 주력하는데 이 사업 모델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접목해 성공을 거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세븐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 자회사를 설립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신규 ATM 위치를 선정하고 있다”며 “자기들이 강점이 있는 부분을 해외에서 집중해 성공한 사례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해외진출 시 참고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소니은행은 다양한 금융투자서비스를 제공해 ‘비이자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 라쿠텐은행은 라쿠텐 쇼핑몰이 보유한 방대한 고객을 대상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 전략으로 제시됐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소니은행은 소니금융그룹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소니생명, 소니손보, 소니라이프케어 등과 함께 요양사업 쪽에서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고 있다”며 “라쿠텐은행은 2009년 라쿠텐에 인수된 뒤 은행, 증권, 카드, 페이, 생명, 손보 등을 연결한 라쿠텐 에코시스템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반면 GMO아오조라네트은행은 뚜렷한 차별화 전략이 없을 경우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은 사례로 지목됐다.
GMO아오조라네트은행은 2018년 출범해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가장 최근에 생긴 은행이다. 하지만 2023년까지도 흑자 전환을 못해 일본의 유일한 ‘적자’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남아 있는데 차별화 전략 부재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GMO아오조라네트은행은 대주주인 GMO인터넷, GMO파이낸셜과 시너지가 부족해 이렇다 할 차별적 사업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도 인터넷전문은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차별화 전략 없이 뛰어들면 경쟁력 확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국과 비교해 유연한 규제는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시장 전반의 주요한 특징으로 꼽혔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규제를 받지 않고 계열사 간 정보공유도 상대적으로 쉽게 이뤄진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 및 비금융계열사와 적극 협력하는 등 소유구조 측면에서 자유로운 규제환경을 잘 활용한다”며 “정보공유 측면에서도 우리보다 낮은 수준의 규제를 하고 있어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이 조금 더 용이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시너지를 내기 위해 일본처럼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비금융회사들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지분소유가 34%까지만 제한돼 있어 완전 자회사로 편입이 불가능한데 일부에서는 이를 완화해 달라고 한다”며 “하지만 일본 사례를 볼 때 완전 자회사로 편입돼야만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라쿠텐 등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100%를 소유하던 완전 모회사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지분을 일분 매각했는데 그 이후에도 시너지 효과를 잘 내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시너지 창출을 위한 소유규제 완화는 신중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과제로는 수익성 강화와 해외 진출을 꼽았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본과 비교해 성장성은 높으나 수익성은 낮아 수익성 개선이 매우 중요한 현안”이라며 “한국 인터넷전문은행은 향후 성장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제4인뱅이 온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우리보다 17년 빠른 일본이 주는 교훈, 차별화가 생명"](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15135114_60406.jpg)
▲ 한국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본과 비교해 성장성(자산증가률)은 높지만 수익률(ROA)는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과 시사점’ 보고서>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저신용 대출을 늘리는 포용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에 기회일 수 있다”며 “옥석을 가리기 힘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옥이랑 돌을 가려 대출을 내줄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그 자체로 큰 경쟁력이 되고 이는 해외에서도 차별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짚었다.
그는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라고 압박만 할 게 아니라 평가모형을 고도화한 곳을 대상으로 규제를 완화해주고 경영실태평가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등 실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는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K-문화와 연계한 인터넷전문은행의 해외진출 방안을 이야기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테일러 스위프트가 싱가포르에서 공연을 할 때 동남아은행인 유나이티드오버시즈은행(UOB) 카드가 독점 판매를 진행했고 이에 그 카드를 만들려고 많은 팬들이 몰렸다”며 “동남아에서 K-팝, K-드라마 등이 큰 인기인데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동남아에 진출할 때 국내 엔터산업과 협업한다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버너-섐페인캠퍼스 대학원에서 경제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 등을 거쳐 2005년부터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