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딥시크' 인공지능 기술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힘을 합치며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위축에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딥시크와 엔비디아 로고.
마이크로소프트를 필두로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를 줄이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며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에도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AP통신은 10일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 위축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억 달러(약 1조4600억 원)를 들이는 미국 오하이오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늦추거나 일시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 위스콘신에서 진행하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된 데 이어진 것이다.
투자기관 TD코웬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내 데이터서버용 부지 임대 계획을 취소하는 데 이어 해외 인프라 투자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에 맞춰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돌연 방향을 바꾼 것은 사업 방향성에 뚜렷한 변화를 예고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 나아가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이어지던 인공지능 설비 투자 경쟁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끝을 맺고 있다는 관측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딥시크 인공지능 기술 등장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도 빅테크 인공지능 인프라 대규모 투자에 회의적 시각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전문지 마켓워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 계획은 트럼프 정부의 대규모 상호관세 부과 계획, 딥시크가 주도한 업계 판도 변화로 걸림돌을 만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25%, 대만에 32%, 중국에 125% 등 상당한 수준의 수입관세율을 책정했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적용하는 관세 조치는 한시적으로 유예됐지만 향후 정책 방향성을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진 만큼 여러 산업 공급망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해당 국가들은 미국 내 데이터서버 및 관련 반도체 공급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서버용 인공지능 반도체 등을 사들이는 미국 기업들에 타격이 번졌다.
기존 계획대로 인공지능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관세를 부담하고 서버와 부품 등을 미국으로 들여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마이크론 인공지능 데이터서버 내부 사진.
트럼프 정부의 관세는 딥시크 등장이 대규모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효율성에 의문을 더하던 상황에서 발표돼 강력한 상호작용 효과도 일으키고 있다.
딥시크는 미국 빅테크 기업과 달리 고가의 엔비디아 반도체를 다수 활용하지 않은 인공지능 모델로 우수한 성능과 전력효율을 구현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기업들도 이를 뒤따라 엔비디아 고사양 반도체 기반 데이터서버 대비 훨씬 경제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은 빅테크 기업들이 이러한 대체수단 또는 기술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더욱 다급해지도록 하는 효과를 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흐름이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대규모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열풍을 한순간에 꺼지도록 하는 계기가 될 공산도 충분하다.
마켓워치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던 기업들이 전략을 다시 검토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전력 부족과 관세 정책도 이런 추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러한 시장 판도 변화는 결국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경쟁에 반도체 수요를 독점하며 급성장하던 엔비디아에 고스란히 타격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예측도 제시된다.
엔비디아는 현재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및 인공지능 기술 규제 강화로 악영향을 받는 데 이어 미국 빅테크 기업의 수요 확보도 자신하기 어려워진 상황에 놓였다.
다만 마켓워치는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투자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절약하게 되면 오히려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 확산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며 “이는 중장기 관점에서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전했다.
마켓워치는 인공지능 시장 판도가 급속도로 변화하는 만큼 투자자들이 이런 흐름을 긴밀하게 읽고 대응해야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권고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