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마트폰 역성장과 AI반도체 수요 급감 전망,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하반기 더 어둡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의 상호관세 정책에 따라 스마트폰과 AI 서버 수요가 급감하며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하반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5% 역성장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핵심 수요처인 인공지능(AI) 서버 시장 성장률이 예상치 대비 최대 10%포인트 이상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조차 어려운 스마트폰은 관세로 인한 판매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품목으로 꼽히며, AI 칩과 HBM을 탑재한 AI 서버가 장착되는 데이터센터는 전력·건설비 증가와 시장 침체에 따른 투자 감소 등으로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9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이날 공식 발효하면서, 당초 올해 메모리 가격 회복으로 상당한 실적 상승을 예상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하반기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AI 서버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기존 28.3%에서 24.5%까지 낮췄다. 최악의 경우 성장률이 10.3%포인트 감소한 1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 측은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버 구매에 더 신중한 태도로 전환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으로 구매력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는 AI 서버가 탑재되는 데이터센터 건설마저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공장 건설을 위한 철강, 알류미늄 등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변압기, 스위치기어, 냉각 장비 등 중요한 전력 시스템 가격이 올라 투자비가 크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미국 AI 전문 매체 데이터센터프론티어는 “이미 버지니아 북부, 실리콘 밸리, 텍사스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망 혼잡으로 데이터센터 성장세가 억제되고 있으며,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인프라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성장률 하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두 회사가 제작하는 HBM의 대부분은 AI 서버에 탑재되고 있으며, AI 서버 수요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금융증권사 모간스탠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전 대비 각각 38.4%, 41%로 대폭 상향 조정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올해 AI 서버용 HBM 공급 증가를 전제로 분석한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황민성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AI 서버 수요가 관세 충격을 덜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중요한 것은 HBM의 최종 제품이 AI 서버라는 사실”이라며 “HBM 시장은 구조적 문제에 직면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미국은 조만간 반도체 개별 품목에도 25% 수준의 별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심지어 반도체 별도 관세는 협상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미국은 이미 자국 내 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있고, HBM 등 고부가 메모리반도체 생산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품목 관세의 협상 가능성을 가장 낮은 ‘하’로 설정했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 역시 “애플도 피하지 못한 관세를 미국 국적이 아닌 다른 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스마트폰 역성장과 AI반도체 수요 급감 전망,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하반기 더 어둡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스마트폰 시장도 관세로 인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 성장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까지 낮췄다. 최악의 경우 -5%로 역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생산기지인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 각각 104%, 26%, 46%를 부과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전체 스마트폰의 5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애플은 인도와 중국에서 전량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막대한 보조금과 저렴하고 숙련된 노동자 없이는 스마트폰 생산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미국 스마트폰 공장 건설은 비용 측면에서 이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세가 부과된 이상 일정 수준의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감소는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아이폰 원가는 1.5배 이상 오를 수 있으며, 아이폰16 프로맥스 가격은 330만 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가격도 인상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갤럭시S25 시리즈 판매 호조로 시장 기대치보다 1조 원 이상 많은 6조6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관세 전쟁으로 하반기 판매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용 저전력메모리반도체(LPDDR) D램, 모바일 프로세서(AP), 모뎀칩, 이미지센서 등 모바일 반도체 공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피터 리처드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부사장은 “반도체는 스마트폰의 직접적 상위 산업이며, 관세 인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그 영향은 재고 상황에 따라 한 분기 정도 뒤인 3분기부터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