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과 파산, 국제도산 사건을 전담하는 회생전문법원이 신설된다. 도산업무를 다루는 법관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국회에 따르면 회생법원 신설을 뼈대로 하는 관련법안 3개가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회생법원 내년 3월 출범, 한진해운 사태로 필요성 공감  
▲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회생법원이 신설되면서 대법원, 고등법원, 특허법원, 지방법원, 가정법원, 행정법원 등 6종류였던 법원이 7종류로 바뀐다. 1995년 특허법원과 행정법원이 도입된 뒤 21년 만에 법원종류의 체계가 개편되는 셈이다.

회생법원은 기업과 개인 회생·파산 사건은 물론 외국도산절차의 승인·지원과 관련된 국제도산사건도 다루게 된다.

우선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가 회생법원으로 독립하고 장기적으로 지방까지 확대된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월1일 출범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할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이번에 통과된 3개 법안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다.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9월 발의했다.

대법원이 추진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된 만큼 법조계의 지지도 얻은 데다 여야와 재계도 이견이 없어 속도있게 통과됐다. 법정관리 기업이 9월 기준 1150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인력부족과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권성동 의원은 “우리나라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법관 근무기간이 길어야 3년이라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며 “금융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미국 파산법원 판사의 임기는 14년가량”이라고 말했다.

회생법원이 생기게 되면 인사를 별도로 시행할 수 있는 만큼 판사의 근무기간을 길게 조정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회계사 등 외부인력을 활용하기도 수월해진다.

외국법원과 국제도산 공조가 강화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동안 전문법원의 설립없이는 국제도산 역량을 키우고 협상력을 높이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외국법원과 사법공조가 많아질수록 교류 창구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진해운 사태를 계기로 회생법원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됐다.

한진해운은 8월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자마자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항에서 각각 한지로마호와 한진차이나호가 가압류됐다.

압류금지 명령(스테이오더)이 적용되지 않는 중국 등의 경우 가압류에서 벗어나려면 중국 항만당국과 협상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법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회생법원 설립을 통한 국제도산사건 전문역량 강화는 한진해운 사태의 재연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각국에서 진행되는 별개의 도산절차를 조화있게 조율할 수 있도록 법원의 국제적 공조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