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텔이 ASML의 하이NA EUV 장비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에 의지를 앞세웠다. 인텔이 공개한 하이NA EUV 반도체 장비 홍보영상 일부.
로이터는 25일 “인텔이 ASML 하이NA 장비 2대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며 “기술 개발 속도를 앞당기기 위한 전략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이NA EUV는 반도체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활용되는 ASML의 신형 장비 기술이다. 기존 EUV와 비교해 더 미세한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유리하다.
인텔은 지난해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파운드리 경쟁사보다 먼저 하이NA 장비를 도입했다.
EUV 장비 기반의 첨단 미세공정 기술 개발이 경쟁 기업보다 뒤처지자 차세대 공정에서 이들을 추월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공격적 투자를 벌인 셈이다.
ASML의 하이NA EUV 장비 가격은 1대당 3억5천만 유로(약 5238억 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텔은 해당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의 초기 데이터가 매우 안정적이라며 이미 3만 장의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하이NA EUV 기반의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사에 기술 우위를 차지하기 유리해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텔은 하이NA 장비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했던 40개 안팎의 공정 단계를 10건 미만으로 줄일 수 있어 효율성을 대폭 향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이NA EUV 기술은 인텔이 올해 양산을 앞둔 18A(1.8나노급) 미세공정 반도체 개발에 처음 적용된다. 본격적으로 생산에 활용되는 시기는 14A 공정부터다.
삼성전자와 TSMC가 아직 해당 기술을 어떤 공정부터 도입할 지 확정하지 않은 반면 인텔은 새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경쟁력 강화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인텔은 현재 파운드리 사업에 들인 막대한 시설 투자 비용에 비해 뚜렷한 수주 성과를 거두지 못해 실적 부진과 재무 위기를 겪고 있다.
이미 투자 계획을 대폭 축소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데 이어 파운드리 부문을 TSMC에 매각할 가능성까지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이 이런 상황에도 하이NA EUV 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발표를 내놓은 것은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확보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TSMC나 삼성전자보다 첨단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것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지원을 받는 데 유리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첨단 파운드리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 확보를 중요한 목표로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로이터는 인텔이 14A 반도체 양산에 하이NA 기술을 도입하는 시점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