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엔비디아가 이른 시일에 발표하는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이 인공지능(AI) 업계 전반의 상황을 보여주고 미국 증시 전반의 방향마저 판가름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됐다. 엔비디아 블랙웰 제품을 소개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사업을 키우는 데 얼마나 큰 의지를 두고 있는지가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에 뚜렷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투자전문지 마켓워치는 23일 “엔비디아 4분기 실적은 투자자들에게 인공지능 관련 시장의 변화 상황을 보여줄 중요한 단서이자 시험대”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1월 마감한 자체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및 다음 분기 매출 전망치를 현지시각으로 26일 개최하는 콘퍼런스콜에서 발표한다.
마켓워치는 이번 콘퍼런스콜이 특히 엔비디아 ‘블랙웰’ 시리즈 반도체 공급 상황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블랙웰 인공지능 반도체는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큰 폭으로 개선돼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대량의 수요가 예상됐다. 그러나 설계 결함 등 문제로 출시가 다소 늦어졌다.
엔비디아는 공급 차질과 관련해 자세한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실적 발표는 블랙웰 신제품의 사실상 첫 성적표에 해당한다.
마켓워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보고서를 인용해 “엔비디아 실적은 인공지능 관련주 투자자들에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전했다.
엔비디아 반도체가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필수로 꼽히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동향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사업에 얼마나 큰 투자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지, 성장에 충분한 기대를 걸고 있는지가 모두 엔비디아 실적에 반영된다는 의미다.
투자전문지 시킹알파는 “엔비디아가 곧 발표하는 실적은 인공지능 관련 시장 전반의 상황을 나타내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엔비디아는 지난해까지 인공지능 반도체의 꾸준한 수요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하는 실적과 향후 전망치에는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블랙웰 생산 차질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아 공급 실적이 부진하고 고객사 수요도 위축된 것으로 나타난다면 엔비디아 주가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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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 H100 반도체를 활용한 데이터서버 홍보용 이미지.
더구나 이는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도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술주와 반도체주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중국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가 엔비디아 반도체 구매 축소로 이어졌을지도 관건이다.
딥시크는 엔비디아 고성능 반도체 없이 충분한 성능 경쟁력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많은 고객사들이 이를 뒤따라 엔비디아 반도체의 대안을 적극 찾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키뱅크캐피털은 중국에서 딥시크 출시를 계기로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흐름도 파악되고 있다며 이와 반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시했다.
야후파이낸스는 증권사 레이먼드제임스 보고서를 인용해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실적 발표 뒤 상당한 변동성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실적에 따라 엔비디아 주가가 약 7%,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2300억 달러(약 330조 원) 가량의 변동폭을 보이며 증시 전체의 상승 또는 하락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전문지 더스트리트는 “엔비디아는 아직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이번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블랙웰 반도체의 공급 성과가 결국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 증권사들은 대체로 엔비디아가 발표할 이번 실적에 낙관적 관측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 오펜하이머는 1분기 들어 블랙웰 GPU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향후 출시되는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도 꾸준한 실적 증가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랙웰 공급이 지연된 데 따른 타격은 ‘H200’ 등 기존 제품의 수요 강세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정도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인공지능 반도체 신제품과 로봇, 양자컴퓨터 등 신기술 영역에서 엔비디아의 성장성을 고려한다면 단기 실적 변동은 큰 변수가 아닐 수 있다고 바라봤다.
엔비디아가 이번 콘퍼런스콜에서 차기 반도체 제품 및 신사업에 관련해 투자자들에 확실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공산이 크다.
야후파이낸스는 엔비디아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이 31배에 불과해 테슬라와 아마존, 브로드컴과 ARM 등을 밑돌며 저평가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도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