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 GM 등을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올해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택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K-배터리 3사가 중국 배터리 기업에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집중해 왔는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판세는 LFP 배터리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LFP 한 발 늦은 K-배터리, 트럼프 리스크에 GM·테슬라 LFP 확대로 미국서 '사면초가'

▲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개발에 집중해 왔는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판세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넘어가고 있다. 사진은 국내 배터리 3사의 공장. <각사>


21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배터리 3사가 LFP 배터리 개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이미 중국 기업들이 장악한 LFP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만회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주력 제품은 NCM 배터리다. LFP 배터리는 아직 공급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나마 성과를 낸 곳도 LG에너지솔루션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7월 르노와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LFP 배터리를 선호하는 데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기조와 맞물려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NCM 배터리의 장점 가운데 하나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꼽는다. NCM 배터리는 LFP 배터리와 비교해 더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전기차 충전기 보급이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를 가까운 거리 이동에 사용하는 세컨드 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전기차 제조사들도 굳이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 가격이 비싼 NCM 배터리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LFP 배터리는 주행 가능 거리가 짧은 대신 가격은 NCM 배터리와 비교해 30% 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경쟁력에서 NCM 배터리가 밀릴 수 밖에 없다.

가격 경쟁력은 곧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공약과도 연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LFP 배터리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LFP 한 발 늦은 K-배터리, 트럼프 리스크에 GM·테슬라 LFP 확대로 미국서 '사면초가'

▲ 테슬라, GM을 비롯해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LFP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은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테슬라의 전기차 공장 기가팩토리 모습. <테슬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LFP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LFP 양극재는 중국에서 99% 정도가 공급된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배터리 핵심 원자재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수출 제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LFP 양극재 수급도 쉽지 않아질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LFP 배터리 시장을 너무 얕잡아본 것이 지금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LFP 배터리 기술력이 부족해 판매를 못 한 것이 아니고, 중국도 NCM 배터리를 만들기가 어려우니까 어쩔 수 없이 우선 LFP 배터리를 만들었다”며 “중국 기업들은 기술력이 높은 NCM 배터리를 못 만드니까 NCM 배터리가 화재 위험에 취약한 반면 LFP는 화재 위험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은 모두 LFP 배터리 개발 투자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국내산 전기차용 LFP 배터리가 양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말, SK온은 2026년, 삼성SDI는 2027년에나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