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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이 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목표로 삼은 자연보호 구역 축소와 해상시추 확대를 막고자 소송까지 제기했다.
19일(현지시각) 가디언은 미국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해상시추를 확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불만을 느끼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일 당시 “미국은 현재 에너지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자원을 모두 해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각)에는 화석연료 채굴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 에너지 우위 위원회(NEDC)’를 설립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정책을 강조하기 위해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호도 외치고 있다. 이는 화석연료를 끊임없이 채굴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국가 에너지 우위 위원회는 우선적으로 바이든 정부 시절에 확대된 해상시추 금지구역의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해상시추는 미국 국내에서 화석연료 채굴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한 짓(해상시추 금지구역 확대)은 우리 국가의 가치를 늘릴 수 있는 해상 영역 6억2500만 에이커를 없애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해상시추 활동에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는 루이지애나주와 알래스카주 등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불만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루이지애나주 해상시추 및 가스전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기 위해 현재 보류된 개발 관련 허가 요청 688건을 빠르게 처리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를 위해 일부 환경 규제를 우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루이지애나주 현지 환경단체 ‘헬시 걸프’ 수석 정책 책임자 매튜 로타는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정부가 이렇게 졸속으로 습지 파괴 허가를 추진하는 것은 우리 습지와 지역사회를 희생해 화석연료 업계를 배불리려는 노골적 시도”라며 “이는 기후변화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주민 생존에 필요한 습지를 파괴해 더 큰 위험에 내몰 것”이라고 지적했다.
루이지애나 주민들이 습지 개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루이지애나주가 미국 국내에서 허리케인 피해를 가장 많이 겪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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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지애나주 남부에 위치한 습지. <위키미디아 커먼스>
이에 트럼프 정부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 헬시 걸프, 북알래스카 환경센터 등 미국 시민단체와 그린피스, 시에라 클럽 등 국제 환경단체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당일 해상시추 금지구역을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미국 연방법상 해당 조치는 의회 동의가 필요해 무효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알래스카 시민단체들도 화석연료 채굴을 위한 북극권 보호구역 철폐 명령에 대해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시에라 위버 ‘야생의 수호자’ 수석 변호사는 가디언을 통해 “북극권은 거의 10년 동안 채굴활동에서 보호돼 왔고 이와 같은 보호는 연방법원에서도 정당하다고 판단해왔다”며 “지금 우리 정부는 우리의 가장 연약하고 깨끗한 지역의 일부를 석유산업계의 이익을 위해 넘겨주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최근 트럼프 정부를 향한 불만이 치솟고 있는 만큼 이런 움직임이 계속 확산할 것으로 바라봤다.
또 해상시추 확대에 공화당도 부정적이라는 것을 들어 소송 결과가 트럼프 정부에 유리하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티안 와글리 헬시 걸프 창립자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해상 시추 개발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때도 민주당, 공화당 가릴 것 없이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며 “나는 우리 선출직 공무원들이 해상시추를 지양하는 오랜 전통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