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개헌투표 부결에 따른 충격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단기적 악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6일 “이탈리아의 개헌투표 부결이 유럽연합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이번 일의 충격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탈리아는 5일 상원의원의 수를 줄이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민투표를 실시했는데 반대표가 59.95%로 나타나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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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헌투표의 부결에 책임지고 사퇴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국무총리가 개헌투표 부결에 책임을 지고 조만간 사퇴하기로 하면서 정치적 혼란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탈리아는 내년 상반기에 조기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제1야당 오성운동이 집권할 경우 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이탈렉시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이탈리아 국민들이 향후 여당에 권력이 집중될 수 있는 개헌안을 거부한 것이 개헌투표 부결의 원인이며 현재 여당을 불신임한 것이 아니다”며 “조기총선이 실시돼도 오성운동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이라고 분석했다.
국민투표 실시를 눈앞에 두고 이탈리아 매체들에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여당인 민주당이 31%로 오성운동(29.9%)을 다소 앞서기도 했다.
오성운동이 집권하게 되더라도 이탈리아는 영국과 달리 법적으로 국제조약과 관련된 사항을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에서 섣불리 탈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에 소속된 국가 정부들과 유럽중앙은행(ECB)도 이탈리아의 개헌투표 부결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네덜란드 재무장관)은 5일 “이탈리아의 개헌투표 부결이 이탈리아나 이탈리아의 은행의 경제적 상황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그룹은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을 가리키는 ‘유로존’의 재무장관 협의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도 11월28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산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은 8일에 통화정책회의를 여는데 내년 3월에 끝나는 채권매입 프로그램의 종료시점을 늦추는 등의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은 통화정책회의에서 이탈리아 은행들의 개편작업과 관련된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탈리아의 개헌투표 부결에 따른 리스크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내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6일 이탈리아의 개헌투표 부결을 딛고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이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전날보다 45.82포인트(0.24%) 오른 19216.24로 거래를 마치면서 역대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코스피 지수도 6일 전날보다 26.50포인트(1.35%) 오른 1989.86, 코스닥 지수는 6.23포인트(1.08%) 상승한 581.35로 장을 마감했다. 유럽과 아시아 각국의 증시 지수도 5~6일에 걸쳐 전반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탈리아 개헌투표의 부결로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해소가 제때 진행되지 못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중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만기 이후 3개월 이상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한 고정이하여신(NPL) 3600억 유로를 보유하고 있는데 유로존 전체 고정이하여신의 40%에 이른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몬테데이파스키데시에나(BMPS)은행이 부실화돼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김지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헌투표 부결로 정치적인 공백상태가 지속되면 몬테데이파스키데시에나은행의 신용리스크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며 “이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이탈리아에서 은행위기가 재발될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둬야 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