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원무역이 인수한 스위스 자전거 브랜드 스캇이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지분의 완전 인수가 영원무역에게 실질적 이득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현재 영원무역의 스캇 지분율은 50.1%. 만약 2대 주주인 비아트 자우그의 지분 47%를 콜옵션으로 인수하면 영원무역의 지분율은 97%까지 치솟는다. 사실상 스캇을 완전히 지배하는 구조가 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최근 스캇의 실적이 급락하면서 영원무역의 재무 안정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이에 추가 지분 인수가 실익보다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일 영원무역의 재무 상황을 종합해보면 스캇이 재무 구조 악화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영원무역은 2013년 스캇 지분 20%를 매입한 데 이어 2015년 30.01%를 추가 인수하며 총 50.01%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획득했다. 영원무역에 따르면 스캇 지분 인수를 위해 투자한 총 금액은 1545억 원에 이른다.
영원무역이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인수한 스캇은 실적 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스캇 사업부의 실적은 2022년까지 꾸준히 성장하며 전반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인수 이후 스캇의 매출은 2016년 7758억 원, 2017년 8066억 원, 2018년 8874억 원, 2019년 9528억 원, 2020년 1조500억 원, 2021년 1조535억 원, 2022년 1조3975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6년 103억 원, 2017년 45억 원, 2018년 389억 원, 2019년 447억 원, 2020년 740억 원, 2021년 1054억 원, 2022년 1765억 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인수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스캇 사업부에서만 7년 동안 3천억 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2023년부터 스캇의 실적이 급락하면서 효자 사업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엔데믹 이후 수요 감소와 경기 침체가 맞물린 탓이다. 스캇은 2023년 매출 1조2424억 원, 영업이익 587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11.1%, 영업이익은 66.7% 감소하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7225억 원에 그쳤으며 영업손실 1051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여기에 의류 제조자개발생산(ODM) 업계 부진까지 겹치면서 영원무역의 전반적 실적이 침체됐다.

▲ 영원무역의 '효자 사업'으로 불리던 스캇이 최근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애물단지'로 평가되고 있다. <스캇>
이러한 상황에서 영원무역은 스캇 지분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결정했다.
영원무역은 2022년 9월 스캇의 창립자이자 대표이사인 비아트 자우그가 공동경영 계약상 중대한 위반을 저질렀다며 그의 지분을 인수하는 콜옵션 권리 확인을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청구했다. 비아트 자우그는 2023년 4월 반대 신청을 제출했으나 기각됐다. 사실상 영원무역의 주장이 받아들인 셈이다.
이에 영원무역이 6일 비아트 자우그로부터 콜옵션 행사를 결정하며 약 47%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게 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영원무역이 콜옵션을 행사해 스캇 지분을 대부분 인수하더라도 실질적인 이득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스캇의 지속적인 실적 부진은 영원무역의 전반적 재무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원무역은 지난해 3월 스캇이 HSBC 은행에서 빌린 1709억 원의 채무에 대해 보증을 섰다. 이어 6월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빌린 1768억 원에 대한 보증도 추가로 시행했다. 스캇이 향후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영원무역이 대신 갚겠다는 계약이다.
같은 해 12월에도 신한은행에서 빌린 901억 원의 채무 보증을 제공했으며 같은 달 2419억 원을 금전 대여했다. 영원무역이 밝힌 대여 목적은 유동성 확보와 재무 구조 개선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원무역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모두 6283억 원이다.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9%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2천억 원 이상의 금전 대여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더욱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볼 때 스캇 지분을 전량 인수하더라도 인수 비용을 웃도는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원무역에 따르면 현재 지분 취득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인수 비용을 마련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부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영원무역은 2015년 스캇 지분 30.01%인 375만1250주를 취득하며 약 1085억 원을 지불했다. 주당 취득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2만8932원에 해당한다. 10년이 지난 현재 지분 가치가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콜옵션 조건이 동일한 취득 가격으로 설정됐다고 가정해도 추가 지분 인수에는 최소 1700억 원이 필요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도 영원무역 내 스캇 사업부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스캇 사업부의 기저효과가 일부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만 근본적인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부의 회복력을 강화해 스캇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스캇은 높은 재고 수준으로 인해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며 “2025년 상반기까지 강도 높은 재고 소진 과정을 거치면서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