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이들은 각각 서울대 법대와 육사를 졸업하고 그동안 승승장구 해왔다. 그러나 2024년 12월3일 밤 이후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수많은 인물이 새롭게 등장했다.
시민들은 지난 두 달 동안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이 누구인지 강제 학습을 해야 했다. 왜 우리가 경호처 차장 얼굴까지 알아둬야 하는지, 한심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내란수괴 혐의 피의자)의 ‘재발견’이 가장 큰 일일 터이다.
수많은 인물 가운데 유독 ‘빛나는’ 두 사람이 있었다. 대한민국에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한 사람은 서울대 법대 졸업, 재학중 행정고시 합력,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을 거쳤다. 경제 부총리라는 정부 서열 3위 자리에 오르더니, 이제 임시지만 1위 자리에 올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직함이 길어진 만큼 어깨가 얼마나 무거울까. 짊어진 과제가 무거워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이다. 환율은 폭동하고, 자영업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부동산 시장도 침체기에 들어선 듯하다.
본업인 국가 경제가 이렇게 불안한데 미국에선 강성 정부가 새로 들어섰다. 북미협상 국면이 펼쳐지면 안부 이슈는 발등의 불이 된다.
그런데 그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문제를 둘러싸고 유난히 빛을 발하고 있다. 국회가 의결한 내란 특검을 두 번이나 거부했다. 국회가 의결한 헌재 재판관 세 명 가운데 두 명만 임명했다. 헌재는 2월10일 헌재 재판관 임명 문제를 두고 최후 변론을 연다.
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를 두고 혹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 수괴 권한대행’이라 혹평했다. 그는 과연 이런 평가에 당당할까.
최 권한대행을 두고 비상계엄 사태와 연루돼 있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다. 잠시라도 행정부 수반의 자리에 올랐다면 나라의 중심이 돼줘야 한다.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인물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논리도 궁하고, 정치적 결단력도 없고, 사명감도 보이지 않는다.
다른 한 사람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일찍이 국가정보원에 뛰어들어 ‘현장 블랙요원’으로 어쩌면 여러 번 사선을 오갔을 것이다. 국정원 1차장으로 그날 밤 대통령의 전화를 처음으로 받았다. “싹 쓸어버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당당했다. 시민들은 그가 국회 청문회와 헌재 증언대에서 보여준 ‘칼답변’에 열광했다. 같은 육사 출신의 국방장관, 수방사, 특전사, 정보사령관이 보여준 비겁한 모습과 달라도 너무도 달랐다.
더욱 큰 소득은 ‘진짜 보수’를 만났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4일 헌재 증언에서 12.3 비상계엄 해제 이후 대통령실 인사에게 윤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를 충언했다. 그 첫 번째 이유가 “군이 동요한다”였다. 모든 내란 가담자들이 자신의 안위에 매달리고 있는 와중에 그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군의 사기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동안 잘나가던 인물들 모두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는 와중에 ‘그래도 우리에게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요컨대 시민들은 지난 두 달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엘리트의 민낯을 똑똑히 봤다. 실망과 분노 속에서도 우리에게 희망이 없지 않음도 확인했다. 더
튼튼한 민주주의를 향한 새로운 여정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난 3일 입춘을 맞아 후배가 ‘입춘대길’이 그려진 이미지를 보내왔다. 봄을 맞아 좋은 일 많기를 바라는 마음일 터이다.
봄이 오고 벚꽃이 피면 어머니 모시고 꽃구경을 나가련다.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 지금은 실의에 빠져 계시는 어머니도 봄꽃을 무척 좋아하실 것이다. 안우현/정책경제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