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화장품 사업부문의 수익성 개선세가 포착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애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시장에서 부진하던 LG생활건강을 맡아 2023년부터 브랜드 집중 전략과 비용 효율화 작업으로 실적 반등의 불씨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3년 해외시장 기반을 다진 데 이어 지난해부터 일부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5일 유통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6994억 원, 영업이익 110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5.4%, 영업이익은 50.3%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에도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이 42.8% 증가했던 점을 고려하면 2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의 수익성 개선 흐름은 지난해 초부터 포착됐다. 화장품 부문은 지난해 1·2분기에는 한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3·4분기에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시현하며 회복세에 탄력이 붙었다. 화장품 사업의 본격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 북미, 일본 등 해외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국내에서는 온라인 및 헬스앤뷰티(H&B) 채널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매출이 증가했다”며 “해외 주요 온라인 행사와 연계한 마케팅 투자가 확대됐지만 전반적인 매출 증가로 영업이익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시장에서 이정애 사장의 브랜드 ‘더후’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효과를 거두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은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나 증가했다. 특히 1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후’의 중국 내 럭셔리 브랜드 입지가 한층 더 강화되면서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광군제 기간 ‘더후’는 중국 온라인몰 ‘도우인’에서 럭셔리 브랜드 부문 1위를 기록했으며 온라인 매출도 2023년보다 53% 증가했다. 매출이 증가하며 수익성도 함께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 LG생활건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더후를 중심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리뉴얼된 LG생활건강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더후 제품. < LG생활건강 >
일각에서는 비중화권 지역 공략의 성과도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년간 북미 지역에서 구조조정과 비용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쪼그라졌다. 실제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분기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중국 20.7%, 일본 5.8%, 동남아시아 등 기타 지역은 18.5% 증가했다. 반면 북미는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매출이 10.8%나 뒷걸음질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상당 부분 완료됨에 따라 올해부터 점진적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북미 지역의 구조조정 작업을 2년 동안 진행해온 만큼 수익성도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며 “북미 시장에서 더페이스샵, 빌리프, CNP 등 자체 브랜드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 브랜드 육성을 통해 경쟁력이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수익성과 외형 성장도 따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생활건강 내부적으로도 이정애 사장의 성과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사장은 2023년 부임 첫 해에는 상여를 받지 못했으나 2024년 상반기 3억5천만 원의 상여를 지급받았다. 중국 시장에서 ‘더후’를 중심으로 한 수익성 개선 전략과 북미 시장 확장 등 해외사업 기반 강화 노력이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올해 중국에서는 ‘더후’ 중심의 성장, 북미에서는 전략 브랜드의 아마존 내 고성장과 오프라인 접점 확대를 통해 해외 점유율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그 외 국가에서도 다양한 브랜드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 확장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사장이 재신임을 받기 위해서는 올해 화장품뿐만 아니라 전체 사업부문의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사실상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다.
LG생활건강에서 화장품 사업부문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사업부문의 회복도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음료 사업부문의 경우 원부자재·인건비 등 원가 상승과 음료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이 3개 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는 2023년 9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근 영업·물류직 고연령 직원들을 대상으로 첫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6099억 원, 영업이익 4590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0.1%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7% 줄었다. 이정애 사장 부임 직전인 2022년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35% 이상 줄어든 수치다.
물론 지난해 국내외 인력 구조조정 등 사업 효율화 작업으로 약 200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영업이익 개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음료사업 효율화와 관련된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600억 원 이상으로 시장 기대치보다 높고 2023년과 비교하면 유의미하게 개선된 수치”라며 “올해는 전략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마케팅 투자에 더욱 집중해 저변을 확대하는데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