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1월2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한 기념품 가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주석을 그린 전통 나무 인형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남아메리카 국가를 포섭하며 세계 무역 시장에 한 축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또한 아시아 역내 무역에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4일 뉴욕타임스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산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으나 돌연 한 달 유예를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 정상과 통화한 후 차례로 벌어진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으름장만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가 마약 및 이민 단속을 위해 국경을 강화하도록 하는 수확을 거뒀다.
미국 정부는 이번 성과에 고무돼 더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 압박을 키울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유럽, 남미, 동남아 등지에서 지역 내 신규 무역블록 구축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관세와 같은 무역 정책 변수가 커진 만큼 미국에 의존을 낮추고 대안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EU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아메리카 국가 4곳과 지난해 12월 맺은 새 무역 협정에 주목했다. 인구 8억5천만 명이라는 거대 무역 블록이 탄생했다는 설명도 함께 내놨다.
이 밖에 EU와 스위스 사이 협정 및 지난달 있었던 인도네시아의 브릭스(BRICS) 정식 가입 등도 함께 거론했다. 브릭스는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대국이 만든 협력 기구다.
미국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각국이 무역 블록을 쌓아 트럼프 변수에 대비하는 형국이 펼쳐져 온 것이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속 제이콥 커크가드 연구원은 “미국을 제외한 무역 관계가 심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가운데)이 2024년 12월6일 우르과에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맨 왼쪽부터),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이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추세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을 완전히 소외시키는 무역망 형성은 현실성이 높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행보에 대응하는 차원인 셈이다.
이는 중국의 아시아 지역 내에서 무역 및 세계 공급망 영향력을 키우는 일로 연결될 수 있다.
중국이 미국 트럼프 정부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을 틈타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 등 우대 조건을 제시해 무역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적극적 우호 정책을 펼치면 지역 경제 통합을 촉진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한편에서 제기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논평을 통해 “중국이 미국 트럼프 정부 정책 부작용을 상쇄하고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관계를 개척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또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과 자유무역협정(FTA) 갱신을 앞두고 있다.
투자은행 HSBC에 따르면 아시아 무역의 약 60%가 이미 지역 내에서 오가고 있어 무역 블록 형성에 용이한 조건도 갖추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를 넘어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와 같은 산유국 및 남미 지역과 무역을 늘리는 모습도 언급됐다.
결국 EU와 중국을 각각 중심 축으로 하는 유럽-남미 및 아시아 지역 내 무역 블록이 향후 트럼프 정부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울 공산이 크다.
다만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는 데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이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어 중국이 영향력을 키우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시도하고 있지만) 세계 무역은 여전히 성장 중”이라며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