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론 머스크 미국 정부효율부 수장이 1월20일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서 열린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예산 절감 및 효율성 제고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자신과 같은 부호를 대상으로 한 세금 감면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일 MSNBC 및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일론 머스크가 미국 정부효율부에서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부호층 세금 감면을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의회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부유층과 기업을 위한 대규모 세금 감면을 노리고 있는데 머스크가 연방정부 예산을 삭감하면 세금 감면에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MSNBC는 논평을 통해 “예산 삭감은 공화당이 머스크와 같은 부유층 및 기업에 신규 세금 감면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 공화당은 2017년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세율 인하를 목적으로 제정돼 올해 말일 만료 예정인 연방 세금 법안(TCJA)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TCJA는 미국 내 기업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테슬라도 이 법안에 수혜를 입어 지난해 미국에서 관련 세금을 적게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공화당은 1400만 달러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세금을 매기는 상속세를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공화당은 해당 법안을 이르면 5월 처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머스크가 자신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기업은 물론 다른 자산가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세법이 의회에서 통과될 시점에 맞춰 미리 판을 깔고 있는 셈이다.
CBS는 “상속세 폐지와 같은 법안은 초고소득층에 가장 큰 혜택을 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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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위 참가자가 2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인사관리국(OPM) 건물 앞에서 '머스크를 멈춰세워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효율부가 최근 연간 5조 달러 규모의 연방예산 지출을 통제하는 재무부 결제시스템 접근권을 확보한 일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에 더해 미국 연방정부가 입주해 있는 사무실 다수 임대 계약을 종료하는 작업까지 진행할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예산 절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효율부가 트럼프 정부 출범 뒤 2주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보조금을 비롯한 정부 지출을 줄이는 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움직임을 두고 “머스크는 미국 정부에 광범위한 업무 영역을 통제하기 위해 전광석화와 같이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론 머스크는 과거 트위터를 인수해 구조조정과 조직 효율화로 사업 운영 비용을 대폭 절감한 성과를 미국 정부에도 재현해 예산 낭비를 줄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CNN는 머스크가 향후 미국 연방 공무원을 대량 해고하거나 공영방송, 해외 원조 지출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예산 절감을 노린다는 관측도 전했다.
그러나 머스크가 정부효율부 권한을 과도하게 적용하는 데다 그 이면에는 자신 및 운영 기업에 세금 감면이라는 이익이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반대 여론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AP통신과 시카고대학이 세운 연구센터(NORC) 여론조사에 따르면 머스크와 정부효율부에 미국인 52%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MSNBC는 “미국인은 선출되지 않은 억만장자가 노동자에게 지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