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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책점검회의에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망사고와 관련해 경영진의 심각성 인식과 특단의 대책 마련 및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좀처럼 ‘죽음’의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1월까지 9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총 13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2012년 9월 철 구조물 해체 작업을 하던 홍모(50)씨는 쓰러지는 구조물에 깔려 현장에서 즉사했다. 이를 시작으로 당진제철소에서는 ‘죽음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 해에만 고압 감전 사고, 기계설치 작업 중 추락사고 등으로 총 5명이 죽고 1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당진제철소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에는 아르곤가스 누출 사고로 다섯 명의 근로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자 비난 여론이 들끓자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한 달간 특별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고용부는 현대제철과 하청업체 등을 포함해 모두 1,123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현대제철 측은 고용부의 특별감독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적사항을 적극 반영해 향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대제철 측의 다짐과는 달리 이후로도 사망사고는 그치지 않았다. 지난 5월 이후로도 2번의 안전사고가 일어나 2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1,200억원 규모의 안전관리 투자예산을 확보해 집행하고 현재 100명 가량의 안전관리 전담 인력을 15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최봉철 안전환경본부방, 이성윤 생산본부장, 이재곤 정비본부장 등은 산재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고용부 역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안전관리 위기 사업장으로 지정하고 상설 특별감독팀을 파견해 현장에 상주시키는 등 사고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섰다.
그런데 올 해 1월 당진제철소에서 또 다시 안전사고가 터졌다. 지난달 19일 오전 5시께 냉각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이동하던 협력업체 직원 김모씨(53)가 2~3m 아래 냉각수 웅덩이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로 김씨는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 23일 끝내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날 사고 현장에는 안전 관리 요원도 상설 특별감독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제철과 고용부를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이를 의식한 듯 방하남 고용부 장관은 지난 7일 현대제철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방 장관은 “(현대제철이) 안전한 사업장으로 거듭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지만 또 다시 사고가 발생했다”며 “약속의 진정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진정성’을 강조하며 최고 경영진의 심각성 인식 부족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현대제철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경영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그룹 차원의 안전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준비하는 등 해결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새롭게 발표할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방 교육이나 형식적인 감독보다는 현장에서 보다 철저한 안전수칙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며 “하청업체 직원 등 실제 현장 근로자에 대한 장비 지원 및 지도 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안전사고 근절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