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결산] 반도체는 'HBM' 디스플레이는 '올레드'서 희비 갈렸다, 미국 중국 갈등도 악영향

▲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올해 국내 반도체 업계의 희비를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각각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올레드(OLED)로 분석된다.

올해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위탁생산) 위축, 차량용 반도체 부상 등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희비를 가른 것은 단연 5세대 HBM3E였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계는 액정표시장치(LCD)에서 벗어나 OLED 사업에 집중하며 중국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고군분투한 한 해로 평가된다. 

2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23조4천억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8조 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영업이익에서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 반도체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DS부문이 201조 원, SK하이닉스가 75조 원가량으로 삼성전자가 3배 가까이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SK하이닉스의 삼성전자 추월은 HBM 덕분이다. 회사는 2013년 HBM을 최초 개발했고, 삼성전자가 2019년 HBM 조직을 축소했을 때도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다. 이어 올해 AI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톡톡한 성과를 거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시작으로 하반기 12단 HBM3E까지 공급하며 세계 HBM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지위를 차지했다.

현재 회사는 엔비디아, TSMC와 함께 AI 수혜를 입은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HBM3E 16단 양산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4세대 HBM3 인증을 올해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5세대 HBM3E 8단 제품 인증은 아직 받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 마이크론이 먼저 HBM3E 8단 인증을 획득했다.

올해 기업의 희비를 가른 HBM의 중요성은 내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 추격에 기존 D램 반도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범용 DDR4 메모리를 대량 생산해 저가에 판매하면서 D램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주도하던 D램 시장 가격은 중국 저가 메모리 범람으로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창신메모리는 또 최근에는 첨단 DDR5 D램 양산에도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DDR5까지 저가 제품이 확산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D램 수익성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올해 4분기 D램 가격은 0~5% 상승에 그치지만, HBM 가격은 8~13%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HBM 매출 비중을 높이는 것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요 과제가 됐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모두 올해 3분기 HBM 매출이 전분기보다 70% 증가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매출에서 HBM 비중은 1분기 15%에서 4분기 4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분기 DS부문 매출 가운데 15%를 HBM이 차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도 국내 반도체 업계에 영향을 미쳤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HBM의 중국 수출을 막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 HBM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삼성전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미중 반도체 무역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이후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024 결산] 반도체는 'HBM' 디스플레이는 '올레드'서 희비 갈렸다, 미국 중국 갈등도 악영향

▲ 올해 OLED 사업 전환을 마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IT용 OLED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며 OLED 공급을 늘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디스플레이 업계의 화두는 단연 OLED였다.

TV 등 대형 OLED 수요는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 등에 OLED 패널 탑재가 늘어나며 중소형 OLED 수요가 급증했다. 또 전동화 자동차에도 OLED 디스플레이 사용이 늘어나며 미래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일찍이 LCD에서 철수하고, OLED 투자를 늘려왔다. 회사의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5조6천 원으로, 2023년(2조4천억 원)과 비교해 배 이상 늘었다. 특히 8.6세대 OLED 설비투자에 2026년까지 4조1천억 원을 투자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 광저우 LCD 공장을 중국 CSOT에 매각하며 대형 LCD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LCD와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해, OLED 사업에 집중하며 악화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두 회사는 OLED에서 역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LCD를 장악한 중국이 OLED 기술 개발에 투자를 늘리며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특히 중국 BOE는 애플 아이폰16에도 OLED 패널을 공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T용 OLED 수요는 애플이 주도하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이다.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 전체에 OLED 패널을 탑재하기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스마트폰 OLED 패널 수요를 이끌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OLED 아이패드까지 출시했으며, 2026년에는 OLED 맥북 프로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애플 OLED 공급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OE 등 중국 기업의 추격은 2025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한국과 중국의 OLED 기술격차가 2~3년 가량 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T용 OLED에서 중국 제조사 기술력은 한국에 비해 2~3년 정도 뒤처진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 등 주요 세트 회사들도 탠덤 OLED나 저전력 백플레인 기술(LTPO)과 같은 첨단 OLED 기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에겐 공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