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생물보안법안의 연내 통과가 무산되면서 국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애초 중국 바이오업체들을 제재하는 내용을 뼈대로 했는데 법안 일부 수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보안법안 통과에 따라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오히려 중국 업체의 재공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미국 생물보안법안 수혜 수면 아래로, 국내 CDMO 중국 재공세에 셈법 복잡

▲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진출한 중국 바이오기업들이 사업 확대를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챗GPT를 통해 생성한 미국과 중국이 바이오산업에서 기술 경쟁을 하고 있는 모습.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진출한 중국 바이오기업들이 사업을 재차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올해 6월 중단했던 바이오의약품 미국 매사추세츠주 생산공장 건설을 12월부터 재개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1월 미국에서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공장 증설을 위한 공사에 착수했지만 6월 생물보안법안이 발의되면서 공사를 중단한 바 있다. 

이를 놓고 미국 상원에서 생물보안법안의 연내 통과가 무산되자 중국 기업들이 사업을 재개하는 모습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발의된 생물보안법안은 연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생물보안법안은 국방수권법안에 이어 예산지속결의안에도 포함되지 못하면서 이 같은 기대는 사실상 무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미국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하면 생물보안법안의 입법에 다시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 로비활동을 통해 올해 생물보안법안의 입법을 저지한 만큼 내년에도 해당 법안의 입법이 어려운 과정을 겪을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우시앱택 등 계열사와 함께 해당 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최근 1년 동안 로비 자금으로만 125만 달러(약 18억 원)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의회 구조의 변화도 생물보안법안의 통과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생물보안법안을 반대했던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2025년부터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되면서다. 생물보안법안은 국토안보위원회에서 우선 통과돼야 입법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생물보안법안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라 연기된 것으로 불씨는 살아있다”면서도 “내년에 다시 입법 절차를 거치더라도 규제대상기업에 대한 지정 및 해제 절차 등 논란이 됐던 조항들의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대내외적 사정은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국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업체의 기대감을 꺾는 요인들이다.

생물보안법안은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특정 중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상대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수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증권가로부터 나왔다.

올리고핵산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 에스티팜은 올해 8월 세계적 제약사와 864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해당 계약이 기존 중국 기업의 담당 물량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생물보안법안 통과 가능성에 따라 실질적으로 국내 기업이 수혜를 받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 생물보안법안 수혜 수면 아래로, 국내 CDMO 중국 재공세에 셈법 복잡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7일 셀트리온그룹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사업을 위한 자회사 출범을 알리며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만 하더라도 연간 미국에서 일감으로 2조 원 이상을 확보하는데 이를 국내 기업들이 나눠가지면 외형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기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들로서는 생물보안법안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더 큰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에 뛰어드는 기업이 많아지는 추세라 일감을 확보하기 점차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커지는데 반사이익의 수혜를 가져다줄 수 있는 법안의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면 더욱 극한 경쟁 환경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셀트리온은 최근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설립하며 위탁개발생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공장을 짓기 위해 초기 투자로 1조~1조5천억 원까지 집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셀트리온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인 보령제약과 대웅바이오, 차바이오텍, 코오롱바이오 등도 올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물론 이들은 각자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위탁개발생산 사업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생물보안법안 통과에 따른 장밋빛 미래를 그대로 예상하면서 사업을 펼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여겨진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생물보안법안이 연내 통과가 되지 않더라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며 “기존 사업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위험 부담보다는 추가 매출 창출 기회로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