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유석 일양약품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온 지 2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수익성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다.

주요 제품들의 국내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임상 시험 등이 답보 상태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양약품 정유석 체제 '사실상 낙제점', 해외사업 답보에 사법리스크도 깜깜

▲ 정유석 일양약품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이끌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의 주요 제품인 항궤양제 ‘놀텍’과 백혈병치료제 ‘슈펙트’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놀텍은 일양약품이 자체 개발한 국산 신약 14호로 2009년에 출시된 양성자펌프억제제(PPI) 계열 치료제다.

놀텍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양성자펌프억제제 계열 치료제들보다 강한 위산분비 억제력과 더욱 긴 약효 지속시간을 보유하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의 3세대로 여겨지는 경쟁적 칼륨 분비 억제제(P-CAB) 계열 신약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 2세대 치료제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2023년 3분기 PPI 치료제의 점유율은 54.7%였다. 하지만 올해 3분기에는 이 비중이 52.8%로 1.9%포인트 축소됐다.

여전히 PPI 치료제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미 제네릭(복제약)이 나오면서 경쟁 강도가 세지고 있어 일양약품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또 P-CAB 계열의 신약이 출시되면서 PPI 계열 치료제와 관련한 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이 들어오는 것도 문제다.

일양약품도 놀텍의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대안을 짜고 있지만 임상3상 시험을 통과하려면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당장 매출 감소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양약품은 놀텍을 포함해 전문의약품에서 올해 1~3분기 매출 727억 원을 거뒀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9% 후퇴했다.

슈펙트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슈펙트는 백혈병 치료제로 일양약품이 자체 개발한 국산 18호 신약이다. 국내에서 2015년부터 판매됐다. 출시 초기 대웅제약과 공동 마케팅을 진행해왔지만 매출 규모가 크지 않아 2022년 계약이 끝난 이후 일양약품이 홀로 판매를 맡고 있다.

대웅제약의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에서 일양약품의 부담이 커진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양약품 오너3세인 정유석 대표이사 사장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일양약품 오너경영 체제 복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일양약품은 정 사장의 아버지인 정도언 회장이 2012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인 2013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다.

하지만 일양약품은 10년 만의 오너경영 체제 복귀 이후 수익성 악화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일양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누적 매출 2603억 원, 영업이익 110억 원을 거뒀다. 2023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27.8% 줄었다.

지난해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정 사장의 대표이사 취임 2년차인 올해도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공동 대표를 맡았던 2023년 일양약품은 연결기준으로 매출 3705억 원, 영업이익 248억 원을 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3.5%, 영업이익 38.6% 감소했다.

정 사장은 일양약품 정형식 창업주의 장손이자 정도언 회장의 장남으로 2023년 3월 기존 전문경영인인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이사 부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정 사장은 1976년 태어나 뉴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일양약품 마케팅 부서로 입사했다. 이후 재경부문과 해외사업부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일양약품 정유석 체제 '사실상 낙제점', 해외사업 답보에 사법리스크도 깜깜

▲ 일양약품이 수익성 악화에 이어 오너일가의 주가 조작 혐의 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 위축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 사장이 일양약품 실적을 반등시키려면 해외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일양약품의 해외 성과는 사실상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양약품은 이미 중국에서 슈펙트의 임상3상을 2022년 마쳤지만 아직까지 신약허가신청(NDA) 제출 자료를 준비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프랑스에서도 슈펙트의 적응증을 파킨슨 병으로 확대하기 위해 2020년 임상2상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 사장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정 사장과 김동연 부회장, 일양약품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일양약품이 2020년 3월 슈펙트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자료를 내면서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웠다는 혐의에 이들이 관여한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특히 경영진 등이 주가가 급등하던 시기 보유 주식을 매도해 이익을 취했다고도 보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일양약품 오너 3세 체제가 출범 초기부터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다”며 “아직까지 불구속 상태에 있지만 경영활동 위축 여지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