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부동산 경기 침체가 좀처럼 끝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택사업 중심의 국내 대형건설사이 제각각 진행하고 있는 활로 모색 전략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대형 개발사업을 통해, DL이앤씨와 GS건설은 플랜트사업을 퉁해 주택사업 실적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 HDC현산 '개발사업' DL GS '플랜트', 주택 실적반등 엇갈린 전략 눈길

▲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실적 반등을 도모한다.


23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내년 부동산 경기 흐름과 맞물려 국내 건설사의 주택부문 실적은 단기에 반등이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국내 대부분 대형건설사는 주택사업을 포함하는 건축·주택부문의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75%까지 차지한다. 각 건설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분주한 가운데 여전히 실적 희비를 가르는 요소가 주택 사업인 이유다.

다만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2022년 이후 급등한 원자재 가격 탓에 주택착공 물량을 꾸준히 줄여왔다. 주택착공 물량이 감소는 부동산 시장에 입주 절벽, 건설업계 실적에 공백기 위험을 발생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58만3737호에 이르렀던 전국 주택착공 물량은 2022년 38만3404호, 2023년 20만9351호로 급감했다. 올해는 1~10월 21만8177호로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기미를 보였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연간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착공 뒤 2~3년 동안 매출을 인식하는데 내년부터는 주택사업 중심으로 2022년 이후 위축된 착공물량 탓에 매출 하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한 건설사별 전략이 중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시작된 금리인하가 시장 수요를 높일 것으로 기대받고 있지만 최근 강화한 대출규제와 함께 탄핵 정국으로 확대된 정책 불확실성이 수요자들의 선택을 망설이게 만드는 분위기다. 따라서 한동안 업황에 큰 반등은 어렵고 주택사업에서 기업 사이 차별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계적 금리 인하, 신규 착공 증가로 점진적으로 원가율이 낮아진 것”이라며 “다만 의미 있는 수치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기업 사이 원가율 개선 속도에 변별력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계는 최근 실적 악화 등 영향으로 대규모 신사업을 내세우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대형 상장 건설사들이 내놓은 내년 청사진을 보면 지금껏 준비해왔던 사업 기반을 단단히 하거나 주택 이외의 건설업 기본사업에서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대형 개발사업의 매출 본격화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서울에서 가양 CJ공장부지, 가산 LG전자부지, 서울역 힐튼호텔, 용산 크라운호텔, 역삼 르메르디앙호텔 등에서 시행사들과 함께 개발사업(준자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이 인창개발과 함께하는 CJ공장부지와 LG전자부지 개발사업은 각각 2조8천억 원과 45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본(PF) 본사업 전환을 마무리하고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CJ가양동부지는 총사업비가 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고 본PF 전환 규모도 국내 비주거부문 사업에서는 가장 큰 액수로 이목을 끌고 있다. 현재 토지정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이 사업에서 현대건설은 내년 초 착공, 2026년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개발사업들의 순차적 착공을 기반으로 재무위험을 덜고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CJ공장부지와 LG전자부지의 본PF 전환을 통해 브릿지론 규모를 3분기 말 4조1306억 원에서 올해 말 1조 원대 중반까지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계에서는 공사비만 2조 원가량인 CJ공장부지 개발사업에서 매출총이익률 15%(원가율 8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건설의 올해 1~3분기 별도기준 매출총이익률 4.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CJ공장부지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현대건설 이익에 기여할 시점은 2026년부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순조로운 사업 진행이 중요한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에는 내년이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서울원 아이파크) 공사 진행과 이후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개발사업 기틀을 닦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7년 만에 서울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이 착공 및 분양에 성공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4조5천억 원 규모의 자체사업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은 17년 만에 본사 이전까지 계획할 만큼 조성 이후 운영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역점사업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영업이익 수준 자체를 크게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iM증권은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및 분양 공사를 통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기간인 2025~2028년 4년 동안 영업이익 7500억 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인 2134억 원에 빗대보면 ‘퀀텀점프’하는 기간이 되는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공릉역세권개발사업과 용산철도병원부지 개발사업도 각각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이어서는 한화 건설부문과 함께하는 잠실 스포츠·MICE(마이스) 개발사업도 추진한다.

한편 DL이앤씨와 GS건설은 현재 추진하고 있거나 향후 추진할 대형 개발사업이 없다.

다만 당장 주택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정 부분의 매출 공백과 부진한 수익성을 플랜트사업 공사 진행을 통해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난 수주잔고를 토대로 플랜트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기여도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이같은 흐름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분기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도급액 1조4221억 원)’ 수주를 기점으로 플랜트부문 수주잔고를 3조4천억 원대에서 5조 원 안팎으로 크게 늘렸다. 플랜트 수주잔고는 올해 3분기까지 4조 원대 중반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플랜트부문 매출은 2022년 9782억 원에서 지난해 1조4035억 원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는 3분기까지 1조3684억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채비를 마쳤다.

DL이앤씨는 플랜트부문 원가율도 81.2%로 90% 안팎인 주택 및 토목부문과 비교해 눈에 띄는 수익성을 자랑한다. 올해 1~3분기 플랜트부문 영업이익은 2181억 원으로 주택(898억 원), 토목(475억 원)을 크게 웃돈다.

DL이앤씨는 내년부터 플랜트사업 매출 예상치를 2조1천억 원으로 설정했다. 게다가 올해 남은 기간 국내외에서 추가 2조 원 규모 신규 일감을 확보하면 매출 예상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 HDC현산 '개발사업' DL GS '플랜트', 주택 실적반등 엇갈린 전략 눈길

▲ DL이앤씨와 GS건설이 플랜트사업으로 주택사업 공백을 대비한다.


GS건설도 내년 1조 원 이상, 2026년 1조5천억 원 이상의 플랜트부문 매출을 기록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3005억 원에 이어 올해도 3천억 원 안팎의 매출이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3배 이상 플랜트부문 성장을 바라보는 것이다.

GS건설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젝트 패키지2(도급액 1조6167억 원)를 포함해 올해 1~11월 플랜트부문에서 신규수주 3조 원을 넘겼다.

특히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이후 국내에 집중해오던 플랜트사업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대규모 수주를 앞세워 대폭 늘린 것이다. 올해 GS건설 플랜트부문 신규수주는 지난해(4860억 원)보다 6배 이상 확대됐다.

이에 GS건설 플랜트부문 수주잔고는 3분기 말 기준으로 2조1049억 원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4980억 원이었다.

GS건설은 앞으로도 플랜트부문에서 최대 매출 2조 원가량을 유지할 수 있는 내부 인력 배치를 계획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건축·주택본부 매출 감소를 플랜트사업에서 방어하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 정국 영향이 주요 주택정책 입법화 지연 및 정권 교체에 따른 불확실성, 주택소비심리 악화에 집중되면서 건설사 실적은 반등보다는 점진적 회복 흐름이 예상된다”며 “이 가운데 플랜트 등 비주택부문 성장에 따라 DL이앤씨와 GS건설의 실적 회복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