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역에 운영하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에서 갈무리했다. < LG에너지솔루션 >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 배터리업체 노스볼트가 파산 위기에서 추가 자금 유치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대체 공급처를 물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현지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구축해 둔 데다 노스볼트의 고객인 주요 완성차 업체와도 협력 관계를 맺어둬 배터리 수주 물량을 가져오는 반사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노스볼트 파산 가능성이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긍정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스볼트에 주문을 넣었던 유럽 전기차 제조사가 배터리 공급망에 차질을 겪을 공산이 커지며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아 나서고 있다는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로 꼽힌다.
노스볼트는 한때 ‘유럽 배터리 희망’으로까지 불리며 현지 공급망 구축을 주도할 수 있는 기업으로 기대를 모았다.
폴크스바겐과 BMW와 같은 굵직한 유럽 완성차 기업이 노스볼트에 잠재력을 바라보고 투자했다.
그러나 노스볼트는 10%를 밑도는 배터리 수율과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이미 미국에서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본진인 유럽 사업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노스볼트는 1, 2대 주주인 폴크스바겐 및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투자사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 향후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결국 노스볼트에 투자 및 생산 계획이 불투명해진 만큼 유럽 자동차 기업으로서는 공급처 대안을 찾기 다급해진 상황에 놓인 셈이다.
특히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 연간 86기가와트시(GWh) 공급 능력을 구축한 LG에너지솔루션에 반사 이익이 돌아갈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가 파산 위기에 몰린 노스볼트에 의존하다 전기차 생산 차질을 겪느니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이 현지 생산 거점을 둔 대안을 찾아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는 독일언론 한델스블라트를 인용해 “아우디가 노스볼트 대안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대체 공급처를 모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노스볼트 공급 차질 가능성에 기존 계약을 물리고 한국 배터리 기업으로 공급처를 바꿨던 전례도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BMW가 올해 6월 취소한 20억 달러(약 2조8749억 원) 규모의 노스볼트 계약 물량이 삼성SDI에 갈 것이라고 지목했다.
▲ 아우디의 4도어 쿠페 전기차인 e-트론 GT 콰트로. 국내 판매 모델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들어간다고 공개했다. <연합뉴스> |
LG에너지솔루션 또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반사 이익을 기대해 봄직한 상황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노스볼트가 공급하기로 한 물량을 누가 맡을지 현지에서 예측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수주에서 반사이익 기대감을 나타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까지 폴란드 공장 가동률 하락을 보이며 유럽 현지 사업에서 고전해 왔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가동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50%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같은 시점 국내외에 둔 전체 배터리 공장 평균 가동률인 59.4%를 밑도는 수치다.
이에 폴란드에서 제조해 포드의 유럽 현지 공장으로 향하던 일부 배터리 생산 물량을 미국으로 바꿔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폴란드 공장 반등 계기가 절실했던 차에 중국 CATL에 이어 세계 2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노스볼트의 빈자리를 채우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나오는 것이다.
다른 유럽 자동차 제조사도 아우디의 뒤를 따를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포르쉐도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718 박스터와 카이만에 노스볼트 대신 다른 공급사 대안을 찾아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포르쉐와 타이칸 차량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을 비롯해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대체 공급사 선택지에 오를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노스볼트 파산 위기가 커질수록 유럽에 충분한 생산 여력과 고객사 기반을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이 반사 이익이 커질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다만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 업체인 CATL과 경쟁 가능성은 중장기 관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사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CATL은 독일에 이어 헝가리로 유럽 현지 생산을 늘리며 노스볼트가 놓치는 물량을 놓고 LG에너지솔루션과 수주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전기차 제조사는 노스볼트 파산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아시아 배터리 업체로 눈을 돌려야 할 국면에 처했다”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