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3조9100억 원을 투자한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의 일본 증시 상장에 따라 회삭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약 3조9100억 원을 투자한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가 증시에 상장하면서, SK하이닉스가 일부 투자금 회수를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설비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지분 매각보다는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게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16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키옥시아가 오는 18일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앞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7800억 엔(약 7조36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1조5천억 엔(약 14조 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기존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엑시트)’ 기회가 생긴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을 통해 키옥시아에 3조9100억 원을 투자했다.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56%) 가운데 SK하이닉스 몫은 19%다. 여기에 키옥시아 지분 15%를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지분율은 최대 34%까지 올라갈 수 있다.
당초 키옥시아 지분 투자는 재무적 투자 일환으로 이뤄졌다.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은 키옥시아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를 최우선으로 검토해왔고, SK하이닉스도 이 같은 방향성을 공유해왔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4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키옥시아의 IPO 이후 재무적 투자(LP)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고, 나머지 15% 지분(CB)은 키옥시아와 전략적 협업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가져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SK그룹의 경영 기조도 비주력 자산을 매각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키옥시아 일부 지분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설비 확충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지분 매각을 통해 HBM 설비투자 자금을 확보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일반 D램 영업이익률은 20% 수준이지만, HBM 영업이익률은 50%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키옥시아는 2024년 1분기가 돼서야 6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할 정도로 오랫동안 실적 악화를 겪어왔다. 또 내년 낸드플래시 시황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돼 이번 기회에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키옥시아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는 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결정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키옥시아가 경쟁사에 넘어가는 것보다 전략적 협력을 통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게 더 효과적이란 것이다.
2024년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의 낸드 시장점유율은 각각 22.1%, 13.8%로, 이를 합산하면 35.9%에 달한다. 삼성전자 낸드 점유율 36.9%와 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5월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로서 키옥시아의 성장을 바란다”며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 기업과 협력, 투자를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현 시점에서 키옥시아 지분을 팔면 손실을 보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전체 3조9100억 원 투자금 가운데 2조7천억 원이 지분 확보에 투입됐는데, 이 지분의 공모가 기준 현재 가치는 1조4천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투자 당시 10조 원 후반에 육박했던 키옥시아 기업가치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키옥시아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 1조3천억 손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HBM 성공으로 현금흐름이 좋아져 투자금 회수가 절실하지도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의 2024년 3분기 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조8600억 원으로 올해 2분기 대비 12% 증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상장 뒤 일부 지분 매각으로 당초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동시에 향후 지분 보유를 통한 키옥시아와 전략적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키옥시아 상장의 최대 수혜주”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