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발행를 놓고 다른 선택을 했다.

산업은행은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등을 감안해 코코본드 발행을 뒤로 미뤘다. 반면 한국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등에 따른 자본확충을 위해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한다.

◆ KDB산업은행, 코코본드 발행 보류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올해 계획했던 한 5천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 발행을 잠정보류했다.

  산업은행 코코본드 발행 보류, 수출입은행 예정대로 추진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코코본드는 발행기업에서 특정한 이유로 경영상태가 악화되면 주식으로 강제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이 포함된 자본증권이다. 코코본드는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인식된다.

산업은행은 국제결제은행 자본규제인 바젤Ⅲ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자본확충이 필요해 올해 안에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했다.

국제은행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는 국내 은행들에게 2019년까지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4%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채권금리가 최근 급등하면서 코코본드 발행에 따른 이자부담이 커진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보통 코코본드를 발행할 때 금리산정 기준으로 삼는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23일 기준으로 2.139%로 나타났다.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 직전인 8일과 비교하면 0.439%포인트 상승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대손준비금을 보통주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하면서 산업은행은 무리하게 코코본드를 발행해 자본확충을 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금융위원회는 30일까지 대손준비금을 보통주자본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대손준비금의 어느 수준까지 보통주자본으로 인정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은행들이 자본확충을 하는데 숨통이 트인 셈이다.

산업은행뿐 아니라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하반기에 계획했던 코코본드 발행을 뒤로 미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코코본드 발행은 시장과 자금상황 등에 맞춰 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산업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이미 14% 이상인데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채권을 이미 상당부분 반영했기 때문에 자본확충이 시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 한국수출입은행, 코코본드 발행 추진

수출입은행은 5천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예정대로 24일 발행한다. 수출입은행이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출입은행은 6월에 1조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하려 했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에 영향을 받아 하반기로 계획을 미뤘다.

  산업은행 코코본드 발행 보류, 수출입은행 예정대로 추진  
▲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수출입은행이 악화된 시장상황에도 이번에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에 따른 자본확충 필요성이 산업은행보다 더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이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에 빌려준 여신규모는 9조5천억 원인데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5조5천억 원)보다 많다.

미국 금리인상이 12월에 이뤄질 경우 채권금리가 꾸준히 오를 가능성을 감안해 미리 코코본드를 발행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최근 채권금리가 일시적으로 오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코코본드 발행이 단순 자금조달이 아닌 자본확충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코코본드 발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출입은행은 이번 코코본드 발행을 통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1.4%에서 11.8%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