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암흑기를 겪는 건설업계에 부담을 더욱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들썩이는 환율은 장기적으로 원가 상승의 골을 더 깊게 만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가 신용도 저하 가능성과 함께 건설사의 해외건설 일감 확보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계엄 쇼크, 그 후] 건설업계 불황에 더해진 연말 악재, 해외 일감 확보 초비상

▲ 건설업계가 비상계엄 충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지 우려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올해 GS건설과 삼성E&A가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 공사 관련 현장. < GS건설 >


4일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방 압력이 커진데다 변동성도 확대된 상태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이미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까지 더해지면서 달러 강세는 더욱 거세졌다.

원/달러 환율 변화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31일 1299.0원에서 올해 11월11일에 2년 만에 1400원을 돌파(1401.3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된 3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한 차례 요동쳤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야간거래 때는 1446.5원까지 치솟았다가 4일에는 장 개시 이후에는 1410원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오랜 업황 부진의 터널을 지나 점진적 반등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환율 흐름에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연간 경영계획 환율을 세우고 한 해를 운영한다. 환율의 변동성 커지는 것 자체가 리스크 관리 부담으로 다가올 뿐 아니라 높은 환율 수준 자체도 셈범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로 여겨진다.

대부분 건설사는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오른 원자재 가격 탓으로 수익성 악화에 신음해왔지만 최근 원가 상승 영향 축소 및 금리인하 등에 따른 기대감 퍼지고 있었다.

고환율은 해외사업 비중이 큰 건설사를 중심으로 당장의 실적에 호재로 작용할 수는 있다. 수출 형태의 해외 공사에서 달러로 받는 대금의 원화가치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해외 공사 대금 수령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환율을 미리 고정하는 환헤지 사용하는 만큼 환율 상승이 모두 이득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나 프로젝트 별로 환차익을 누리는 상황 등은 발생한다.

다만 환율의 고공행진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건자재 등 가격의 상승에 힘을 더한다. 장기적으로 건설업계의 수익성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올해 10월 130.32(잠정치)로 집계됐다. 4년 동안 공사비가 30%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에 대부분 건설사는 원가율 90% 이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일부 사업부문·사업지역에 따라서는 100%에 이르기도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 전반에 걸쳐 수익성 수준이 한계점을 지난지 꽤 오래된 상황에서 추가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착공 현장이 많은 건설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상계엄에 따른 국가 신뢰도 하락도 건설업계에 대표적 악재로 거론된다.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금이 오가고 오랜 기간 사업이 진행되는 해외건설 수주에서 국가를 향한 신뢰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형적 요소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올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가 만족스럽다고는 볼 수 없다”며 “이번 사태는 대외 신인도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좋은 쪽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가 신뢰도와 관련한 가시적 지표 가운데 하나인 국가 신용등급과 관련해서는 실제 등급의 하향 조정 등 가능성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그룹 ING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 계엄령 사태로 경제와 정치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가신용등급 변경을 두고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번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유혈사태 등 큰 피해가 없이 몇 시간 만에 빠르게 해제된 만큼 환율 변동이나 대외 신용도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관계자는 비상계엄 파장이 한국 국가신용등급과 무관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킴엥 탄 S&P글로벌 전무는 이날 나이스신용평가와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국제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비상계엄이 단기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국가신용등급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고 바라봤다.

건설업계에서도 이번 비상계엄 선포 사태의 파급력을 신중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변수인 만큼 추이를 각별히 살펴보려고 한다”며 “그러나 이미 보수적으로 사업에 접근하는 건설사가 많았고 사태가 신속히 끝나 내년 경영계획 등을 수립할 때 곧바로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