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광현 서울경찰청 안보수사지원과장이 지난 9월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 관련 피의자 구속 송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의 전 엔지니어가 중국 ‘청두가오전’에 삼성의 인재를 대거 영입해 20나노 D램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피해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3일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A씨(64세)를 직업안정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청두가오전 설립 단계에 고문으로 참여해 국내에 헤드헌팅 업체를 차렸다.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의 핵심 인력을 기존 연봉보다 2~3배 많은 금액으로 영입했다.
빼돌린 인력들이 가진 반도체 기술로 청두가오전은 중국에 D램 공장을 설립했다. 준공 후 1년 3개월 만인 지난 2022년부터는 반도체 웨이퍼 생산에도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웨이퍼 생산까지는 4~5년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4조 원을 넘는다. 기술에 따른 경제 효과 등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 금액은 그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A씨 외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청두가오전에 국내 반도체 인력을 빼돌린 헤드헌팅 업체 대표 2명과 법인 1개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이 유출한 인재는 총 3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의 합당한 처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기술 유출에 관한 법률이 아닌, 헤드헌터 관련 법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경찰 측은 엄격한 법 집행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기술 유출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아,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직업안정법 위반 시 처벌은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산업기술보호법의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1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