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BYD가 전기차를 넘어 스마트폰과 태블릿,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BYD일렉트로닉스 생산공장 내부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BYD가 애플 제품 위탁생산 및 부품 공급사로 영향력을 키우는 동시에 엔비디아와 협업으로 인공지능(AI) 로봇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BYD는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위협하는 글로벌 상위 기업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를 넘어 첨단 IT기기 제조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BYD가 애플 제품 위탁생산을 비롯한 IT기기 제조업을 부업으로 키우고 있다”며 “충분한 당위성을 갖추고 있는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BYD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전문 기업으로 배터리도 자체 개발해 생산한다. 4분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출하량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BYD는 현재 10만 명 안팎의 애플 제품 위탁생산 담담 인력을 운용한다. 아이패드 전체 생산량의 30% 이상을 BYD가 책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BYD가 전기차 이외에 IT기기 제조업을 운영한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미 상당한 사업 규모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최근 BYD가 발간한 문서에 따르면 애플은 2009년부터 부품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왔다. 최신 아이폰 일부 모델에 활용되는 티타늄 소재 부품도 BYD를 거친다.
이후 애플 아이패드와 같은 완제품 위탁생산까지 협업을 확대한 것이다.
BYD는 삼성전자와 화웨이, 샤오미 등 애플 이외에도 다양한 글로벌 고객사 기반을 갖추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BYD는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힌지(경첩) 부품 일부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오미와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기기는 물론 자체 브랜드 전기차 생산에도 BYD와 협력하며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BYD가 전기차 시장에서 이미 원가 절감과 제조 기술력을 충분히 인정받은 만큼 애플과 같은 대형 전자업체의 파트너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 최대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폭스콘에 의존을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어 BYD와 협력이 더 중요하게 꼽힌다.
BYD가 앞으로 애플 제품 위탁생산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 왕촨푸 BYD 회장(왼쪽에서 2번째)이 2024년 3월20일 팀 쿡 애플 CEO(오른쪽에서 3번째)와 상하이 애플 중국 본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BYD > |
올해 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BYD 경영진과 아이패드 위탁생산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팀 쿡은 이후 중국 소셜네트워크에 “BYD는 불가능의 영역을 뛰어넘는 애플의 파트너 가운데 하나”라며 긍정적 평가를 전했다.
BYD의 3분기 매출은 280억 달러(약 39조3천억 원)로 테슬라의 250억 달러를 뛰어넘으며 주목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 가운데 IT기기 제조 자회사 BYD일렉트로닉스의 매출이 60억 달러로 상당한 기여도를 나타냈다.
BYD가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전기차 수출 위축, 친환경차 수요 감소 등 악재에도 IT기기 제조업을 꾸준히 키워 온 성과가 반영된 셈이다.
더구나 매년 비교적 안정된 판매실적을 거두는 애플과 삼성전자 등을 고객사로 확보한 것은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BYD는 모바일 기기 부품과 위탁생산을 넘어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꼽히는 인공지능 로봇 분야로 제조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도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BYD가 엔비디아와 산업용 인공지능 로봇 상용화에 협력하는 일을 차세대 주요 과제로 안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6월에 BYD일렉트로닉스를 비롯한 여러 제조사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비롯한 산업용 로봇 플랫폼 관련한 기술 협력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BYD의 산업용 로봇 개발은 자체 자동차 공장에서 활용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로봇 제조업으로 신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성장 기회로 꼽힌다.
다만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대중국 기술 규제 강화 가능성은 변수로 꼽힌다.
미국 대표 IT기업인 애플과 엔비디아가 첨단 제조업 및 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것을 트럼프 정부와 여당인 공화당에서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임기에도 애플이 중국에 제품 생산 및 부품 공급망을 크게 의존하는 상황을 두고 관세 인상 등을 검토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한층 더 심화한 만큼 다음 임기에는 이런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BYD가 애플의 제품 생산거점을 베트남과 인도 등 중국 이외 국가로 다변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의 분석을 전했다.
카운터포인트는 “BYD는 이미 인도에서 샤오미를 비롯한 고객사 스마트폰을 위탁생산한다”며 “애플이 원한다면 현지 생산 투자를 충분히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