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여력이 부족해 이른 시일 안에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모두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삼성생명은 계열사의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3천억 원가량만이 남아 있다”며 “다른 계열사 지분을 줄이지 않고서는 ‘보험회사’ 형태를 유지하면서 유의미한 삼성화재 지분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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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15%만 추가로 확보하면 모든 금융자회사의 30% 이상을 소유해 금융지주회사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5.98%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자금규모는 14일 종가기준으로 2조3430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계열사의 주식 및 채권에 자기자본의 60% 혹은 자산의 3%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삼성생명은 자산의 3%가 자기자본의 60%보다 작기 때문에 자산의 3%로 규제받는데 이 투자한도가 3천억 원가량에 그친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회사 전환 유예기간이 5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삼성화재 지분매입이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보험업계가 새 국제회계제도인 IFRS17(IFRS4 2단계의 정식명칭)과 신지급여력비율(RBC)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매입에 나서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 및 신지급여력비율제도 도입을 감안하면 자본이 많다고 볼 수 없다”며 “보험업권에 자본규제가 강화되면서 삼성생명이 자금조달을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3분기 기준으로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9%, 호텔신라 지분 7.8%, 에스원 지분 5.9%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경우 삼성화재 지분을 사들일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지급여력비율이 30%포인트 개선돼 새로운 자본적정성 규제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삼성생명이 소유한 비금융계열사지분, 특히 삼성전자 지분의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얽혀있기 때문에 쉽게 처분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그룹은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주사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제조계열사를 각각 지배하는 체제를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매입 및 삼성전자 지분매각 등은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안과 함께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정에 '최순실 게이트'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조사하는 상황에서 이른 시일 안에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