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양당 정부에 반도체장비 제조사 관련 우려 서한, 화웨이 공급 차단 목적

▲ 미국 양당 하원의원이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규제를 당장 시행하라며 주무 부서인 상무부 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 <미국 하원 중국특위>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하원의원이 화웨이에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이 제품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대처해 달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관련 부서에 전달했다. 

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존 물레나르 연방 하원의원과 민주당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하원의원을 포함한 20여 명 의원은 화웨이가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SME)에 의존하는 일을 즉각 막아 달라고 상무부 지나 러몬도 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냈다. 

물레나르 의원과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각각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간사를 맡은 인물이다. 

미국 당국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 등 자국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화웨이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SMIC를 포함해 다수 중국 기업으로 하여금 미국 정부 허가가 없이는 반도체 관련 기술에 접근을 막는 규제도 이미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역 제재에도 불구하고 규제 대상 목록에 오르지 않은 중국 기업은 여전히 구형 공정 반도체를 만들 때 필요한 미국산 장비에 접근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펑신수나 스웨이슈어테크놀러지 등 다수 중국 업체가 화웨이에 비공개로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국 양당 의원은 “화웨이와 같은 기업이 미국 기술을 사용하면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이를 막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라고 서한에 명시했다. 

미국은 중국이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개발해 군사 무기에 탑재하지 못하도록 트럼프 전 정부 시절부터 여러 무역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는 보란 듯이 7나노(㎚, 1나노는 10억분의 1) 반도체를 탑재한 메이트60 프로를 2023년 9월 공개했다. SMIC가 위탁생산을 맡은 반도체였다. 

이에 미국은 동맹국 기업까지 대 중국 무역 제재 전선에 끌어들였다.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도 정부가 네덜란드나 일본 기업을 포함해 추가 제재 조치를 시행하도록 적극적으로 로비를 펼쳤다.

반대로 일본을 비롯한 다른 동맹국은 현 바이든 행정부 임기가 내년 1월까지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 및 중국의 보복 조치를 염두해 미 당국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을 보낸 의원은 “동맹국을 끌어들이느라 시간을 너무 쓰면 화웨이가 공급망을 재건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우선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진정성을 동맹국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