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실적 악화, 반도체 불황 아닌 삼성전자 기술 발전 때문" 분석 나와

▲ ASML이 실적 전망치를 낮춰 제시한 배경은 반도체 업황 악화가 아닌 삼성전자 등 제조사의 기술 발전에 따른 장비 수요 감소가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SML의 EUV 반도체 장비.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실적 전망치를 낮춰 내놓은 것은 반도체 업황 부진이 아닌 파운드리 업체들의 기술 발전이 배경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사들이 반도체 생산 공정을 간소화해 효율성을 높이면서 자연히 장비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16일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ASML의 실적 전망 하향은 반드시 반도체 업황 악화를 예고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ASML은 2025년 매출 전망치를 300억~350억 유로(약 44조5천억~51조9천억 원) 사이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예상치 범위의 저점에 가까운 수준이다.

15일 미국 증시에서 ASML 주가는 하루만에 16.3% 떨어져 장을 마쳤다. 첨단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의 매출 감소는 반도체 업황 부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에 엔비디아와 TSMC, AMD와 퀄컴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 주가도 같은 날 일제히 크게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16일 일제히 2%대 하락폭을 보였다.

ASML은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와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에 극자외선(EUV) 장비를 공급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반도체 업황과 실적이 직결된다.

로이터는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 분석을 인용해 이들 파운드리 업체가 충분한 생산 능력을 갖춰냈다고 판단해 ASML 장비 주문량을 줄이고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인텔이 재무 악화로 설비 투자를 대폭 축소한 데 이어 삼성전자와 TSMC도 투자 확대에 다소 보수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ASML의 실적 전망치 하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결과가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컨설팅업체 인터내셔널비즈니스 스트래터지는 반도체 기업들이 ASML 장비를 활용하는 공정 단계를 최대 3분의1 정도 간소화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ASML의 장비를 5~6회 사용해야 했던 공정을 1~2회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하면서 EUV 장비 물량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 CEO는 “삼성전자가 해당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한다면 EUV 장비 생산능력이 남아돌게 될 수 있다”며 “반도체 업황 전망에는 현재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파운드리 기업들의 기술 발전이 장비 수요 감소로 이어진 만큼 ASML의 실적 악화가 반도체 업황 부진을 예고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는 이러한 분석을 전하며 반도체 제조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선제적으로 투자를 대폭 늘린 점도 일시적 장비 수요 감소를 이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