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합병 '9부 능선', 조원태 '메가 캐리어' 도약 전략 주목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숙원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거의 눈앞에 둠에 따라 숙원이었던 '메가 캐리어'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숙원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눈 앞에 뒀다. 

마지막 관문인 미국 법무부(DOJ)의 기업결합 심사절차가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한항공도 합병작업을 본격화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2020년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 이래 여러 난관을 거쳐왔는데 이제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서 날개를 펼칠 날이 거의 임박했다. 

9일 항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 관련한 미국 경쟁당국인 법무부의 심사가 이르면 이달 중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법무부가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법무부가 기업결합과 관련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기업결합을 승인한 것으로 본다. 

최종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항공업계에서는 법무부의 승인을 낙관하는 시각이 많다. 이미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를 거치며 경쟁 제한 요소를 상당 부분 해소한데다 대한항공이 여러 방면에서 미국 쪽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도 많이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델타항공과 친분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기업결합이 미국 항공사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면 미국 정부로서도 이를 가로막을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미국 대표 항공사 가운데 하나인 델타항공과 가장 긴밀한 형태의 협력체인 조인트벤처를 결성해 협력하고 있다.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좋은 기회”라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미국 항공기제작사인 보잉의 ‘큰 손’ 고객이기도 하다. 조원태 회장은 7월  영국 햄프셔주 판버러공항에서 보잉 777-9 20대와 보잉 787-10 30대(옵션 10대 포함) 등 모두 50대의 항공기를 도입하는 내용의 구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도 조만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집행위원회는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는 조건을 제시하며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유럽노선 일부를 티웨이항공에 넘겼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에어인천에 매각하는 작업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조 회장은 6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10월 말까지 미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조 회장의 가장 큰 숙원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합병 '9부 능선', 조원태 '메가 캐리어' 도약 전략 주목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813일 경상북도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한국경영학회와 매일경제신문이 공동주최한 하계융합학술대회에서 '제39회 2024년 대한민국 경영자대상'을 수상했다고 한진그룹이 밝혔다. 조 회장이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한진그룹>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추진하면서 통합 이후 경영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 오너 일가 모두 항공업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KDB산업은행과 약속했다. 약속에 대한 보증으로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 개인 지분 전량을 KDB산업은행에 담보로 맡겼다. 

그만큼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도약하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법무부가 기업결합을 저지하기 위해 소송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조 회장이 직접 법무부 차관을 만나 설득하기도 했다. 

통합이 본격화하면 조 회장은 운영 효율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력 항공기나 기종이 서로 다른 만큼 이를 단순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항공기 구성이 복잡할수록 정비비나 관리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복 노선을 정리하고 각 회사의 형편에 맞게 신규 노선을 발굴하는 일도 진행해야 한다. 

서로 다른 조직과 기업문화를 지닌 양 쪽을 화학적으로 결합해 하나의 팀으로 묶는 일도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미국 법무부의 기업결합 승인을 두고 낙관하는 전망이 많지만 법무부가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법무부는 2013년 아메리칸항공과 US에어웨이스의 합병에서도 소송을 제기했다가 아메리카항공이 워싱턴 레이건공항 슬롯 104개, 뉴욕 라과디아공항 슬롯 34개를 각각 처분하자 기업결합을 승인한 선례가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강한 의지로 미국 경쟁당국을 설득해 왔고 미국 쪽 항공업계와 네트워크도 탄탄한 만큼 미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것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