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올리브영이 또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비슷한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다 심의절차가 종료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라 난감한 상황으로 보인다.
과거 쟁점이 됐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상생 활동도 대폭 늘렸는데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질 처지에 놓였다.
▲ CJ올리브영이 또 다시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당혹스런 형편에 몰렸다. |
일각에서는 오프라인 절대 강자인 CJ올리브영이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팔아 외형을 키우는 신흥 경쟁자의 부상을 지나치게 경계한 탓에 무리수가 반복되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5일 화장품 유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CJ올리브영의 갑질 논란을 두고 당사자인 CJ올리브영과 피해자격인 무신사 모두 사실 파악과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논란의 요지는 CJ올리브영 관계자가 무신사와 거래하고 있는 중소 화장품 브랜드 구매 담당자에게 무신사가 준비하는 행사에 참여하지 말 것을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도 이와 관련한 사실을 인지하고 의혹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사실 규명이 명확하게 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위가 실제 조사에 착수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다만 무신사가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공정위가 다시 CJ올리브영에 칼날을 겨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현재 브랜드들을 상대로 문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업무방해를 적용해 신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개설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실제 브랜드들 일부가 별도의 이유 없이 행사 참여를 취소해 준비에 차질을 빚은 것은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CJ올리브영으로서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문제로 공정위 조사를 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위는 CJ올리브영이 납품업체들에게 △행사독점 강요 △판촉행사 후 정상납품 가격으로 미환원 △정보처리비 부당수취 행위 등을 한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18억9600만 원을 부과했다.
다만 핵심 쟁점이었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관련한 결론은 내지 않고 심의를 마쳤다. 현재 단계에서 CJ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관련한 처벌은 피할 수 있었지만 면죄부를 받았다고 보긴 어렵다. 심의절차종료 결정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판단을 유보할 필요가 있을 때 내리는 결정인 만큼 ‘무혐의 처분’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판단을 한 차례 유보했던 만큼 이번에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면 CJ올리브영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갑질 논란이 불거진 이후 내부 통제장치를 마련해 재발 방지에 힘써왔다.
▲ 7월26~28일 미국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케이콘 LA 2024(KCON LA 2024)' 컨벤션 내 올리브영 부스. 행사에서 70여 개 K뷰티 브랜드의 상품 약 210개가 올리브영 부스에 진열됐다. < CJ올리브영 > |
중소 브랜드를 향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제시하며 상생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올해 초 중소 브랜드의 성장과 K뷰티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3천억 원가량을 투입하는 상생경영안을 내놓기도 했다.
CJ그룹 차원에서 국제 행사들에서도 중소 브랜드들의 홍보 기회를 마련하며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활동들도 다수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에 갑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게 되면 그 동안의 노력도 상당 부분 퇴색될 수밖에 없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갑질 의혹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CJ올리브영의 긴장감을 방증하는 것이란 일부 시선도 나온다.
CJ올리브영이 오프라인 화장품 유통시장에서는 절대강자로서 군림하고 있지만 온라인 유통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회사들이 화장품 유통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 1위 업체 쿠팡에 대한 견제가 갑질 의혹의 발단이 됐는데 이번 의혹과 얽혀 있는 무신사는 국내 최대의 온라인 편집숍이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