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니엘 장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2023년 4월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클라우드 서밋' 행사에 참석해 자사의 AI 모델 통이치엔원을 발표하고 있다. <알리바바> |
[비즈니스포스트]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합산 9조 원이 넘는 금액을 인공지능(AI) 설비 투자에 쏟아 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의 빅테크 기업 세 곳이 올해 상반기에 사용한 자본지출 금액은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불어난 500억 위안(약 9조30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230억 위안씩 그리고 바이두가 40억 위안 정도다.
이밖에 동영상 플랫폼 ‘틱톡’ 운영사 중국 바이트댄스는 비상장기업이라는 이점을 십분 활용해 AI 관련 투자를 활발하게 늘려나가는 정황도 포착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상황을 잘 아는 두 명의 취재원들 발언을 인용해 “바이트댄스는 비상장사라 투자자들 개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AI 관련 지출을 늘리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바이트댄스가 500억 달러(약 66조2700억 원)를 상회하는 현금을 들고 있다는 점도 AI 투자액을 키울 수 있는 배경으로 꼽혔다.
이들 빅테크들은 자체 AI 대규모 언어 모델(LLM) 학습에 필요한 설비를 마련하기 위해 투자 비용을 중점적으로 쓴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의 에디 우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종류의 설비투자(CAPEX)는 초기부터 최대 가동률을 가져갈 수 있어 수 분기 내로 높은 투자수익률(ROI)를 거둘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이 엔비디아의 최고 성능 AI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산업 정책을 펼지자 이에 대응한 설비 투자 움직임도 관측됐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 규제에 맞춰 성능을 낮춘 H20과 같은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국에 판매하는데 이를 대거 사들이는 식이다.
엔비디아가 앞으로 수 개월에 걸처 1백만 개 이상의 AI 반도체를 중국에 출하할 것이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바이트댄스 구매 물량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아직 미국보다 크게 뒤처져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알파벳(구글 모기업)과 아마존 그리고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들이 올해 상반기 사용한 AI용 설비 투자액은 1060억 달러(약 140조4595억 원)로 중국 빅테크들이 쓴 기업의 2배가 넘는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