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실적과 인공지능 관련주 전반에 '블랙웰' 제품 출시 시기보다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수익화 전략이 더 큰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제품. |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회계연도 3분기(5~7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신형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 시리즈 출시 지연에 따른 영향을 얼마나 받았느냐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 시기보다 주요 빅테크 고객사들의 수익 모델이 향후 성장 전망과 증시에 미칠 여파에 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엔비디아가 28일 개최하는 콘퍼런스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실적 발표행사”라며 투자자들의 시선이 여러 변수에 쏠리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집계를 보면 증권가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287억 달러(약 38조 원)의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 2분기 대비 2배가 넘게 늘어난 수치다.
회계연도 1분기 매출 증가율이 26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성장세는 크게 꺾이는 것이지만 엔비디아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수한 성과로 볼 수 있다.
실적 발표 자체보다 엔비디아가 콘퍼런스콜에서 밝힐 블랙웰 인공지능 반도체 출시 계획이 투자자들에게 더 크게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엔비디아는 설계 결함 문제로 하반기 양산을 계획했던 블랙웰 시리즈 제품 공급 시점을 수 개월 정도 늦출 공산이 크다. 그러나 아직 이와 관련해 정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블랙웰 시리즈는 대형 IT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활용될 고부가 제품인 만큼 출시 시기가 엔비디아의 실적에 당분간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곧 발표되는 엔비디아 실적은 단일 기업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던 전 세계 인공지능 관련주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주가 상승이 단순한 유행심리 때문인지, 아니면 실제로 인공지능 관련 시장의 강력한 성장 전망을 반영한 것인지에 대해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반도체를 사실상 독점공급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엔비디아 실적은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자연히 엔비디아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매우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의 실적 부진은 곧 전 세계 증시에 인공지능 ‘버블’이 꺼지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벌써부터 엔비디아 실적 발표 결과를 우려해 선제대응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확인되고 있다”며 “상당한 수준의 증시 조정을 이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대체로 엔비디아 회계연도 2분기 실적에 긍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H100 등 기존 인공지능 반도체의 수요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블랙웰 제품 출시가 늦어지더라도 당분간 엔비디아 실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씨티그룹은 “투자자들은 블랙웰 대신 현재 판매되는 호퍼 시리즈 반도체 수요에 더 집중할 것”이라며 “신제품 출시 지연의 여파를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투자은행 HSBC도 “블랙웰 공급 차질이 2026년까지도 실적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 관련주 전반에 가장 큰 위험요소는 신형 반도체 출시 시기가 아닌 주요 빅테크 고객사들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의 공급이 아닌 대형 IT기업들의 수요 측면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실적이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테슬라 등 소수 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이들 기업이 생성형 인공지능 투자 경쟁으로 엔비디아의 급성장을 주도해 왔는데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선회한다면 급격한 침체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엔비디아의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들이는 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만큼 확실한 수익원을 찾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이 인공지능 사업을 수익화하는 데 차질을 겪는다면 이는 엔비디아 반도체 판매 급감을 예고하는 신호가 될 수 있어 실적과 주가를 방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과 메타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 투자 증가에 따른 리스크를 언급한 것이 이미 이러한 조짐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빅테크 기업이 인공지능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신호를 아직 찾기는 어렵다며 이들의 투자 경쟁은 아직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