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DL이앤씨가 카자흐스탄에 거점을 마련해 현지 사업기회를 모색한다.

카자흐스탄은 석유·가스 등 자원이 풍부해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DL이앤씨 해외 일감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 카자흐스탄에 거점 마련 나서, 신규시장서 플랜트 일감 찾는다

▲ DL이앤씨가 카자흐스탄을 거점 삼아 중앙아시아 플랜트 사업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DL이앤씨가 준공한 울산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S-OIL RUC). < DL이앤씨 >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카자흐스탄 현지 지사 설립 안건을 의결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은 석유와 광물자원이 풍부한 자원 부국으로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가 기대되는 시장”이라며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지 지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9위의 영토대국으로 풍부한 석유·가스와 광물자원을 갖추고 있다. 또한 유럽과 동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갖춰 중계무역 허브로도 기능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으로서 원유 확인매장량이 300억 배럴에 이르러 세계 12위(점유율 1.93%)에 올라있다. 가스 확인매장량도 세계 25위인 2조3천억㎥에 이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로는 러시아 석유화학 대체 시장이자 우회통로로서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다.

게다가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주요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내용이 담긴 종합계획을 승인했다. 천연자원 부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해당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하려는 목적이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2027년까지 석유 생산량을 1억550만 톤, 가스 생산량을 821억㎥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예산 373억 달러를 투자한다.

DL이앤씨는 '해외 플랜트 수출 1호‘ 업체로서 이 부문에 오랜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만큼 카자흐스탄에서 다양한 플랜트 수주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DL이앤씨 카자흐스탄에 거점 마련 나서, 신규시장서 플랜트 일감 찾는다

▲ DL이앤씨 텍사스 석유화학 플랜트 현장에 설치될 총 18개, 무게 4264톤 규모의 플랜트 모듈이 베트남 중꾸엇(Dung Quat)에서 출항하고 있는 모습. < DL이앤씨 >


DL이앤씨는 2018년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RUC)을 준공했는데 이 사업은 총 사업비가 5조 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단일 정유시설 플랜트 프로젝트였다.

해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라빅시 인근 홍해 연안에 초대형 종합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라빅 Ⅱ 프로젝트(2016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형 암모니아 생산공장을 짓는 ‘뉴 암모니아 프로젝트’(2018년) 등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다수 사업에 참여해왔다.

최근에는 모듈 공법을 고도화해 석유화학 등 해외 플랜트 건설 사업에 적용하며 공사기간과 비용을 낮추기도 했다.

모듈 공법은 복잡한 플랜트를 운송 가능한 크기로 나눠 별도 제작공간에서 작업한 뒤 현장에서는 설치만 하는 방법이다. 

우리 정부가 카자흐스탄과 경제협력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앞서 6월 윤석열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대통령궁을 내방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에너지·인프라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자리서 윤 대통령은 “알마티 순환도로, 쉼켄트 복합화력발전소와 같은 인프라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이 매우 성공적이라는 데 양 정상이 의견을 같이했다”며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있어 후속 성공사례들이 나올 수 있도록 협력해 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DL이앤씨가 카자흐스탄 플랜트 수주 기회를 잡으면 포트폴리오 개선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DL이앤씨 해외 플랜트 수주 실적은 그동안 중동지역 의존이 높아 변동성이 컸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올해 상반기 해외수주가 약 400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반기 4억5천만 달러(약 6천억 원)과 비교하면 사실상 빈손에 그친 것이다. 

상반기 플랜트 수주 실적도 1천억 원을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DL이앤씨는 올해 초 플랜트사업 수주 목표(가이던스)로 3조 원을 제시했는데 상반기 목표 달성률이 3.3%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회사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플랜트 수주 목표를 2조8천억 원으로 낮춰 잡았다고 밝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우리 건설기업은 중앙아시아지역으로의 진출 확대를 위해 역내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카자흐스탄으로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거점 마련을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우리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해외건설협회는 현지 민관협력사업(PPP)과 관련해 다양한 지원 및 교류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사업참여 기회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