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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당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의사총파업 관련 투표결과 발표하고 있다. |
의료민영화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에 지금까지 모두 120만 명이 서명했다.
'의료민영화 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함 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2월 홈페이지를 개설해 서명을 받았는데 이미 목표한 100만 명을 넘겼다. 오프라인 서명까지 합치면 180만 명이 서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의료법인이 다양한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의료민영화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22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 이르면 9월부터 개정안이 시행된다.
당장 국민들은 병원비가 치솟을 것을 걱정한다. 그러니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얼핏 수혜자로 보이는 의사 사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사들은 왜 병원의 부대사업 허용에 반발하는 것일까?
◆ MRI 권유해야 하는 의사들의 자괴감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해 말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 궐기대회'에서 연설하던 중 의료영리화를 반대하며 칼로 목을 긋는 자해소동을 벌였다.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았고 곧바로 응급처치가 이루어져 큰 문제없이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후 노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자해소동을 언급하며 “공개석상에서 부적절한 행위지만 의료계의 절박한 상황을 표현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대다수 의사들이 양심과 싸우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덮어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연세대학교병원 심장혈관센터 의사 출신이다. 노 전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있을 당시인 지난 3월 회원 77%의 찬성으로 총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노 전 회장이 말한 의사들의 양심 문제는 과잉진료에서 비롯된다. 단순한 타박상 환자에게 50만 원대의 자기공명영상(MRI)을 권유하는 등 불필요한 진료를 권하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의사들이 과잉진료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CT나 MRI를 권하는 이유는 병원수익 때문이다. 올해부터 일부 환자에게 MRI의 보험적용을 확대했으나 대부분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안된다. 병원은 이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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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공명영상(MRI) |
의사들은 현재 낮은 의료수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1만 원을 들여서 치료를 해 놓으면 건강보험에서 7천 원을 지원해준다고 의사들은 주장한다.
나머지 3천원의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의사들은 보험적용이 안되는 MRI를 권유하거나 1인실 병실로 입원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장례식장과 주차장 등의 부대사업도 동원한다.
근본적으로 보험수가가 오르지 않는 한 이런 일들은 반복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의사들의 자괴감 문제로 이어진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한 외과전문의는 “위에서 MRI오더가 나오기도 한다”며 “의사들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데 그런 시스템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 “부대사업으로 편법 수익보전" VS "건강보험료 부담"
의사들은 의료수가를 현실적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원가분석이 힘들기 때문에 무작정 올려주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수가를 인상하면 건강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수가를 1% 올리면 건강보험료 부담이 3천억 원 늘어난다”며 “국민 1인당 보험료 부담이 0.8%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서 정부는 세금을 올리지 않고 병원의 수익도 올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했다. 의료법인이 진료 말고 다른 사업을 해서 수익을 보전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의료법인이 다양한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병원은 운영주체에 따라 크게 개인병원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특수법인 의료법인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동안 의료법인만 수익사업이 제한되어 왔다.
종합병원 빅5 중에 의료법인은 없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학교법인,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사회복지법인, 서울대병원은 특수법인이다.
전국 2979개 병원 중 의료법인은 30.7%인 885개다. 대표적으로 길병원 백병원 을지병원 차병원 등이 있다. 이들 병원은 앞으로 온천업과 숙박업 등 부대사업을 운영해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학생들 지도에 집중해야 할 선생님에게 문제집 팔아서 먹고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법인의 영리사업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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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의료파업 당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
◆ 영리화하면 정말 의료비가 오를까?
정부가 의료법인의 영리사업을 허용하겠다고 하자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맹장 수술비가 1500만 원이 될 것"이라는 말이 SNS를 통해 전파됐다. 항의글을 쓰러 몰려든 네티즌들로 지난달 보건복지부의 홈페이지 서버가 한 때 다운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영리사업을 허용한다고 진료비가 갑자기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태어나자마자 건강보험에 가입되는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고 있고 모든 병원이 건강보험에 소속되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진료비가 급격히 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대신 부수적으로 드는 비용은 충분히 오를 가능성이 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은 “의사와 환자의 정보 비대칭성이 있어 환자는 대부분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한다”며 “의사가 병원에서 운영하는 고가의 온천 치료를 받으라고 하면 거부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라면 의사들의 자괴감 문제 역시 여전히 해결되기 어렵다. 또 이런 구조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료민영화로 가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근본원인은 저수가 체제인데 정부는 이것을 해소하지 않고 영리추구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발을 빼려 한다”며 “정부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면서 의료민영화의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염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