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 반도체' 시장 전망, "2~3년 내 엔비디아 무너뜨리기 힘들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인공지능(AI) 라이브 토크쇼’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당분간 엔비디아의 적수가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최 회장은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AI 라이브 토크쇼’에서 "엔비디아 아성을 꺾을 만한 기업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예측하기가 어렵다”면서도 “2~3년은 엔비디아를 무너뜨리긴 힘들 거라고 본다”고 대답했다.

SK그룹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그는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제품을 다뤘다는 점에서 원래부터 이점이 있었다”며 “칩 성능 좋아서 계속 쓰는 것이 유리하면, 비싼 칩이어도 계속 쓸 수 있다. 그러면 엔비디아가 5년 이상 끌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쟁자들이 엔비디아를 위협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 회장은 “누군가 칩을 값싼 형태로 만들 수 있다면 엔비디아는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확률은 계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AI로 돈을 버는 모델이 뭔지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며 "지금 엔비디아 세상이 아니라, 다른 형태 칩이 필요해서 현재 엔비디아가 가진 장점이 무너질 공산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 경쟁자인 AMD, 암(Arm) 등이 칩을 잘 만들뿐 아니라 싸게 만들면 엔비디아 모델도 부서질 수 있다"고 했다.

올해 4월 미국 출장길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서 느낀 점도 공유했다.

그는 “반도체 단품을 파는 이야기보다는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AI 데이터센터를 다 만들 수는 없지만 우리의 소재들을 활용해 효과적인 AI 데이터센터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가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이 AI라는 금을 캐는 데 필요한 곡괭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AI 열풍을 19세기 미국 서부 골드러시에 비교한 것이다.

그는 “AI라는 금을 캐기 위해 도전하는데 그 과정에서 청바지, 곡괭이를 파는 기업이 돈을 벌었고, 그게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등의 기업”이라며 “결국 네이버 같은 기업이 AI에 성공해서 돈을 벌어야 우리 같은 장비를 만드는 기업이 성공하는 데, 그게 SK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AI 반도체' 시장 전망, "2~3년 내 엔비디아 무너뜨리기 힘들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운데)가 19일 제주신라호텔에서 개최된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오른쪽), 정송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장과 ‘AI 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네이버>

최 회장은 "빅테크라고 하는 여러 회사를 만났는데, 하나 하나 회사들이 나름의 전략과 기능을 갖고 있다"며 "그 전략을 우리가 잘 이행하고 각각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과 만나다 보니 반도체 단품을 팔기보다는 저희가 가진 에너지 솔루션까지 뭉칠 필요가 있고, 저희 기술로 효과적 데이터센터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얘기를 나름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참석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를 향해 "네이버가 돈을 벌어야 한다. 금을 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