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건설에 롯데그룹 차원의 든든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건설은 유동성 위기를 그룹 계열사들의 도움에 힘입어 원만하게 통과했다. 최근에는 롯데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공장 건설 공사를 맡아 향후 수조 원대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롯데건설이 그룹의 지원을 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어서고 있다. |
4일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그룹은 바이오 사업을 그룹 차원의 성장 동력으로 보고 공격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그룹 바이오투자의 대표적 사례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 국제신도시에 조성하는 바이오캠퍼스다.
롯데 바이오캠퍼스에는 2030년까지 모두 4조6천억 원이 투자되고 각각 12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3개가 들어선다. 롯데그룹은 바이오캠퍼스 조성을 통해 3만7천 명 규모의 고용 창출, 7조6천억 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한다.
2027년 1월 가동을 목표로 하는 1공장 건설은 3일 착공식과 함께 시작됐다.
이날 착공식에는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했다. 롯데건설이 1공장의 설계·조달·시공(EPC)를 맡았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건설은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로직스 1공장 건설 관련 875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건설로서는 당장의 일감을 넘어 그룹의 전환점이 될 중요 시설의 공사를 맡게 돼 의미가 작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그룹의 움직임에 견주어 보면 롯데건설은 남은 2·3공장 건설까지 맡게될 가능성도 크다.
사업의 중요성이 큰 데다 보안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면 역량이 뒷받침 된다는 점을 전제로 계열사에 공사를 맡기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바이오사업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착공한 1공장을 시작으로 올해 4월 1조2천억 원 규모 5공장까지 모두 삼성E&A(삼성엔지니어링)에 맡겼다. 1공장은 삼성물산과 삼성E&A가 함께 시공했고 2공장부터는 삼성E&A가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2·3공장 건설을 롯데건설이 맡을지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롯데그룹은 바이오산업에 그룹의 미래를 걸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착공식에 직접 참석해 “송도에서 시작되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여정은 롯데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인천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의 성공적 조성을 위해, 대한민국이 세계 바이오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는데 이바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의 장남이자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맡고 있는 신유열 전무 역시 바이오 사업을 통해 경영 활동의 보폭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신 전무는 올해 2월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맡으며 사내이사로 선임돼 한국에서는 처음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롯데건설이 맡은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건설은 롯데그룹으로서 사업적 측면은 물론 총수 일가의 후계 문제까지 걸린 중요한 일인 셈이다.
롯데건설은 설립 이후부터 롯데그룹의 전환점이 되는 중요 공사를 수행하면서 성장해 왔다.
롯데건설의 전신은 1959년 설립된 평화건업사로 여겨진다. 평화건업사는 부도는 낸 뒤 1978년 롯데그룹에 우진건설과 함께 인수 뒤 합병됐다. 사명은 1981년에 현재와 같은 롯데건설로 변경됐다.
롯데건설은 이후 주택사업에 공을 들이면서도 롯데호텔신관, 롯데월드 등 롯데그룹의 이정표가 되는 공사를 통해 국내 주요 건설사로 자리를 잡았다.
2017년에는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의지가 담긴 건물이자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를 준공하기도 했다.
롯데건설이 그룹 내에서 맡아온 역할이 작지 않은 만큼 롯데그룹 역시 롯데건설이 위기를 맞을 때 든든한 뒷배 노릇을 해왔다.
최근 부동산PF 관련 롯데건설의 위기감이 높아지자 올해 2월 롯데정밀화학, 롯데물산 등 계열사를 통해 2조3천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기도 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펀드 조성 이후 롯데건설을 향한 우려가 잦아들었을 정도로 유동성 문제는 안정화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