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IPO)를 향한 발걸음이 더욱 다급해지고 있다.

IPO를 위해 재무상태 개선이 주요 숙제로 꼽힌다. SK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을 통해 재무 건전성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 갈 길 바쁜 상장 로드맵, 그룹 리밸런싱에 재무 개선 속도낸다

▲ 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를 향해 재무 건전성 확보에 속도를 낸다. 


27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SK에코플랜트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 IPO를 위한 본격 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실사, 상장예비심사 등 상장을 위한 사전 절차에만 1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데 SK에코플랜트 상장 목표 시기가 2026년 7월 이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7월에 1조 원 규모의 6천억 원 규모의 의결권부 전환우선주(CPS) 발행을 통해 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당시 4년 안에 상장이 되지 않고 최대주주인 SK가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첫해 배당률 5%, 이후 매년 3%포인트씩 배당을 늘려줘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4년이라는 시한은 2년 연장이 가능하지만 투자자 전원의 동의가 요구된다.

SK에코플랜트가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는 재무건전성 개선이 꼽힌다.

SK에코플랜트는 차입금 규모가 2020년 말 2조22억 원에서 2023년 말 5조6018억 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 역시 올해 1분기 기준 0.6배로 주요 건설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에너지 등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재무부담이 증가했다”며 “실질적 재무구조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바라봤다.

SK에코플랜트의 재무사정이 악화하면서 기업가치도 낮아지는 상황이다.

한때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는 8조 원 수준으로 평가됐으나 현재 장외시장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SK에코플랜트 몸값은 2조 원 수준이다.

다만 SK그룹이 그룹 차원에서의 계열사 정리를 추진하면서 SK에코플랜트의 재무개선과 기업가치 상승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28~29일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그룹 전반의 대대적 구조조정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 이후 주요 계열사의 재무건전성 강화에 방점이 찍힌 계열사 사이 통폐합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근 경영진 회의에서 “SK그룹의 계열사 숫자가 너무 많다”며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SK머티리얼즈의 산업용 가스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등 다른 계열사와 합병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SK에코플랜트와 합병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지난해 매출 2575억 원, 영업이익 652억 원, 순이익 307억 원을 내는 등 재정적으로 안정된 회사로 평가된다. 산업용 가스를 제조해 SK하이닉스, SK에너지, SKC 등 그룹 내 계열사에 공급하는 만큼 안정적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도 예상된다.

SK에코플랜트가 지난해 매출 8조9251억 원, 영업이익 1745억 원, 순손실 336억 원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합병을 통해 재무 개선의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다.

SK그룹은 그룹 차원의 계열사 정리를 본격화하기 전부터 SK에코플랜트의 재무 문제 해결에 공을 들여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장동현 SK 부회장을 SK에코플랜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투입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김형근 SKE&S 재무부문장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으로 투입했다.

장 부회장과 김 사장은 모두 그룹 내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이례적으로 대표이사 2명을 모두 재무 전문가로 채운 셈이다.

한편 재무 개선 작업이 지속되면서 SK에코플랜트의 건설사로서의 색깔은 더욱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건설 사업 매출 비중이 2021년 85%에서 지난해 66%까지 낮아졌다. 산업용 가스 등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합병이 이어진다면 건설 비중이 절반 아래로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업계 불황은 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 과정에서 가치평가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SK그룹으로서는 SK에코플랜트 건설 비중을 낮추고 친환경·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더욱 부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저하에 따라 건설업종을 향한 투자심리 약화가 SK에코플랜트의 재무 융통성에 부담 요인"이라며 SK에코플랜트의 신용도 전망과 관련해 부동산PF 사업장의 우발채무 관련 문제를 앞으로 지켜볼 현안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