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규제 통했다, SMIC 화웨이 AI 반도체 생산에 차질 커져

▲ 미국 정부 규제로 중국 화웨이와 SMIC가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에 한계를 맞은 것으로 파악된다. 화웨이 인공지능 반도체 '어센드' 시리즈 홍보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중국에서 엔비디아 수요를 대체하려 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규제 영향으로 사업 확대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구형 반도체 장비를 이용해 무리하게 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설비가 고장을 일으키는 등 문제로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한계를 맞고 있어서다.

26일 디인포메이션을 비롯한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가 최근 서버용 인공지능 반도체 ‘어센드’ 시리즈 수요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 제품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엔비디아와 AMD 등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대중국 수출 규제를 시행한 뒤 고객사들에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성능을 크게 낮춰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며 화웨이 어센드 시리즈가 중국 IT기업들에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를 통해 어센드 시리즈를 위탁생산한다. SMIC는 이에 맞춰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SMIC는 이른 시일에 연간 50만 대의 어센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이미 몇 주에 걸쳐 생산 차질이 이어지면서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화웨이와 SMIC가 구형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장비를 첨단 미세공정 구현에 활용하면서 일부 부품이 고장을 일으키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제조사가 첨단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주요 장비 생산국인 네덜란드와 일본도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결국 구형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장비를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사용해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방식이 적용됐는데 이 과정에서 차질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디인포메이션은 화웨이와 SMIC가 어떤 부품을 보완해야 하는 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며 생산량을 늘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 반도체 공급 부족이 결국 바이두와 알리바바 등 중국 대형 IT기업의 데이터서버와 슈퍼컴퓨터 등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화웨이와 SMIC가 7나노 미세공정 기반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처음 상용화했을 때만 해도 미국 정치권과 반도체 업계에서 뚜렷한 위기의식이 감지됐다.

7나노 등 첨단 미세공정은 고사양 인공지능 반도체 등을 생산하기 충분한 기술인 만큼 미국의 규제가 실효성을 띠지 못 하고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도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화웨이와 SMIC가 생산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면 중국 반도체 산업은 결국 미국 규제 영향으로 점차 쇠퇴하게 될 공산이 크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에도 상당한 수준의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 자금을 지원하며 완전한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장비 기술력에서 선두 국가들을 따라잡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디인포메이션은 “미국 정부의 새 반도체 규제는 중국이 엔비디아를 따라잡는 데 가장 큰 희망으로 꼽혔던 화웨이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