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앞두고 폭염 경고, 세계 스포츠계도 기후변화 영향 갑론을박

▲ 1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센강 강가에서 올림픽 개막식 행사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역사상 가장 더운 기간 열리는 스포츠 경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훈련 단계에서부터 폭염 대비에 나서는 선수들이 나오는가 하면 일부 국가는 자체 예산으로 선수 숙소에 에어컨을 설치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또 대회 자체를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세계 스포츠계에서도 기후변화의 영향에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비영리단체 베이시스와 프론트러너스는 프로츠머스대학과 기후데이터연구단체 클라이밋센트럴의 자문을 받아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폭염 발생 가능성과 그 영향을 분석한 '불타는 경기장(Rings of Fire)' 보고서를 발간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이 포함된 스포츠 선수 11명과 협업해 작성된 이 보고서는 현 기온상승 추세로 볼 때 이번 파리 올림픽 기간 평균 기온은 34도, 습도는 70%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역사상 가장 더운 올림픽으로 기록된 2021년 도쿄 올림픽보다도 높다.

세계적 테니스 선수 다니엘 메드베데프는 "도쿄 올림픽에 참가했을 당시 당국에서 누가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며 "실제로 경기에 참가해보니 과장이 전혀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파리는 세계적으로 봤을 때 기후변화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1947년부터 극한 폭염이 50차례 넘게 발생했고 지금까지 1만4천 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파리가 마지막으로 올림픽을 주최했던 1924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연간 평균 기온은 1.8도 올랐고 25도 이상 무더위가 지속되는 기간은 23일, 30도 이상 폭염이 지속되는 기간은 9일 늘었다.

프랑스 기상청도 올림픽을 앞두고 올해 7월은 평년보다 더울 확률이 70%가 넘는다는 관측을 내놨다.

이에 미국, 영국, 덴마크, 이탈리아, 호주,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은 자국 선수단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선수촌에 자체 예산을 들여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했다.

파리 올림픽 주최 측은 이번 올림픽을 '녹색 올림픽'으로 만든다는 목표 때문에 선수 숙소에 에어컨 제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센강의 강물을 선수촌까지 끌어와 건물 전체에 설치한 파이프 망을 통해 열을 흡수하는 친환경 냉방 시스템을 설치했다.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은 로이터를 통해 "파리는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에어컨을 별도로 설치하려는 국가들은 파리가 이번에 새로 마련한 새로운 냉방 시스템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앞두고 폭염 경고, 세계 스포츠계도 기후변화 영향 갑론을박

▲ 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앙투안 극장에서 진행된 반유대주의 역사 회고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 <연합뉴스>

다만 일부 참여국들은 자국 여건상 선수들을 위한 에어컨을 제공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도널드 루카레 우간다 올림픽 위원회 회장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돈이 많지 않다"며 "돈이 없어서 우리는 전에 터키 올림픽에 참가했을 당시에도 주최 측에 에어컨을 제공하지 않았을 때 그냥 참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에어컨 문제 때문에 파리 올림픽을 놓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높아지는 폭염 우려에 현지 이상고온 상황에 대비해 맞춤 훈련을 하는 선수단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럭비 선수 제이미 판데일은 CBS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폭염 상황에 맞춰 온도를 높인 실내 경기장에서 훈련해왔다"며 "위험하다는 점 때문에 멈추는 것은 선수의 본능에 거스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판데일 선수는 CNBC와 인터뷰에서는 "훈련을 해도 열에는 도무지 익숙해질 수가 없다"며 "우리 선수들은 훈련만 끝나면 얼음물에 곧바로 뛰어들곤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올림픽 개최 일자를 미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클라이밋센트럴의 케이틀린 트루도 연구원은 CBS뉴스를 통해 "파리는 이미 같은 기간 동안 치명적 폭염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몇 차례나 봐왔다"며 "그런데도 이번 올림픽을 강행한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IOC 대변인은 공식성명을 통해 “가장 더울 수 있는 기간을 피할 최적의 날짜를 선정하고 있으며 온열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각종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선수와 관중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IOC와 올림픽 관계자들의 최우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스포츠 경기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대응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바스찬 코 세계육상연맹 회장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기온상승이 지속되는 한 기후변화를 스포츠 경기에 지속적인 위협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기후변화와의 싸움은 절대 져서는 안되는 경주”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